사람이 죽어도 단속 강화하더니:
단속으로 태국 이주여성노동자 추락 사건 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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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크게 부상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지난 10월 29일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을 피해 도망가던 태국 이주노동자(23세, 여)가 기숙사 건물 4층에서 추락했다. 피해자는 올해 2월 관광비자로 입국해 화성의 한 공장에서 일해 왔다.
피해자는 허벅지 골절, 폐 손상 등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을 오가며 20여일 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그런데 수원출입국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이주노동자에게 직원을 보내 강제출국명령서에 서명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강제출국명령서 발부 이후에는 치료를 위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방치했다.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이에 경기이주공대위(13개 단체)와 수원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가 11월 19일 수원출입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단속 때문에 죽거나 다치는 이주노동자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는 것에 분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무자비한 단속으로 미얀마 출신 건설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오히려 단속을 강화했다. 10월 1일부터 건설업을 “국민일자리 잠식 분야”라며 집중단속을 벌이는 등 ‘특별대책’을 시행한 것이다. 이에 비춰 보면 이번 사건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규탄 발언에 나선 수원이주민센터 정지윤 활동가는 단속 자체가 중단돼야 할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형사적 범죄자가 아니”라며 “[체류를 허가하는] 서류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성실히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인 이주노동자들을 죽거나 다치게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며 단속을 정당화한다. 필자는 발언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건설업의 경우, 건설현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73퍼센트나 되고 대부분 임시·일용직인 것이 고용불안의 진정한 원인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고, 이로부터 기업주들은 이득을 얻고 있다.”
한편, 그동안 여러 차례 난민 반대 집회를 열어 온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이날 “불법 체류자 추방”을 요구하며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난민에서 이주민, 동성애자와 양심적 병역 거부자까지 혐오 대상을 넓히며 자신들의 우익적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단속을 지속·강화하면 또다시 무고한 이주노동자가 죽고 다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장 단속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