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염원 배신에 민주노총이 하루 총파업으로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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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11월 21일 문재인 정부의 노동 개악에 항의하는 하루 파업을 벌였다. 이날 파업에는 16만여 명이 참가했다. 국회 앞 등 전국 14곳에서 개최된 파업 집회에도 수만 명이 참가했다.
경기 침체 때문에 구조조정 압력을 크게 받아 온 금속 노동자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다가 크게 실망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참가도 많았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 약속을 저버리고 오히려 노동 개악을 추진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10년 전 초라하게 끝났던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문재인은 2016년 10월부터 몇 달 동안 이어진 전임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이 성공하면서 운 좋게 집권했다.
당시 정부 퇴진 촛불 운동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에 저항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 도화선 구실을 했다.
문재인은 “촛불 정부”를 표방하며,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 노조 탄압 조처들을 폐기하고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에 노동자들과 사용자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조속한 개혁을 요구하는 노조 지도자들에게는 1년만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지도자들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에 처음에는 기대를 걸었다. 새 정부 등장에 자신들이 도움이 됐으므로 개혁을 어느 정도 제공하리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개혁 부진에서 개혁 배신으로 돌아섰다. 경제 위기 심화가 주된 계기였다. 올해 들어 주력 산업인 제조업 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투자, 성장, 고용 등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수출 제조업의 위기는 즉각적으로 인건비 삭감 압력을 낳았다. 우파는 개혁 중단을 공식화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문재인은 규제 완화, 의료 영리화 등을 추진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선 등 주요 제조업에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가 올 봄에 국회에서 법을 개악해 인상 효과를 상쇄시켰다. 노동자들은 ‘줬다 빼앗기’라며 크게 분노했다.
최근에는 사용자들이 필요에 따라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임금도 더 줄일 수 있게 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은 이런 개악을 제1야당과 손잡고 하는데, 이 당은 대중이 쫓아낸 전임 박근혜 정부의 여당이었다. 덕분에 우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21일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의 약속이 모두 거짓말이었다”, “노동 존중한다더니 재벌만 존중한다”고 분노를 표현했다.
이 때문에 정부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봄에만 해도 남북 화해 정책 등으로 집권당은 80퍼센트 가까이 지지를 받았고, 전국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성적을 거뒀었다.
노동자들과 청년층 사이에서 실망과 불만이 특히 크다. 하루 파업 열흘 전에도 민주노총은 전국에서 6만 명이나 모인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었다. 집권당을 공식 지지해 온 (상대적 온건 노조 연맹체) 한국노총 지도자들조차 그즈음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야 했다.
21일 파업 다음 날 출범한 (한국판 노사정 협약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요인들과 친정부 언론, 우파 언론이 한 목소리로 민주노총과 좌파를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 기구에 아직 참가하지 않고 있다. 좌파들이 반대하고 노동자들도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협력해 개혁을 추진하려던 민주노총 지도자들 대다수는 사회적 대화에 미련이 있다. 또한 문재인을 섣불리 공격했다가 우파를 도울까 봐 두려워, 노동자들의 분노를 투쟁으로 조직하고 확대시키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정부의 개혁 염원 배신에 대한 노동자·청년·서민층의 분노를 조직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대변할 때만 우파가 거저 어부지리 얻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좌파가 타협 경향에 맞서 불만을 조직해야 하는데, 노동자연대는 이를 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