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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파업 마무리 - 의미와 과제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11월 26일 끝났다. 노동자들은 11월 9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정규직(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과 비정규직(민들레분회)이 함께 공동파업을 벌였다. 자회사가 아닌 제대로 된 정규직화, 인력 충원, 빼앗긴 임금과 복지 회복 등이 핵심 요구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요구를 내걸고 20일부터 1주일간 더 파업을 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의 가능성을 보여 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 ⓒ이미진

문재인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말로는 정규직화한다면서 실제로는 또 다른 간접고용에 불과한 자회사 방안을 추진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노동강도 완화와 인력 충원 문제 등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하나같이 약속을 어기고 후퇴했다. 심지어 의료 영리화 등 박근혜가 하려던 규제 완화를 이어받아 추진해 실망과 환멸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투쟁은 정부와 사용자들의 이간질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잘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는 고군분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특히, 서울대병원 파업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형 사업장 정규직이 파업을 벌인 주목할 사례다.

서울대병원 사측과 정부는 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의식해 자회사 추진 일정을 뒤로 미룬 듯하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잠정합의안에서 노·사·전문가 협의체 합의 이전에 일방 추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 측이 자회사 방안을 완전히 거둬들인 것은 아니다. 파업에 참가한 적잖은 노동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자회사 방안은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이다. 따라서 이를 완전히 철회시키려면 더 광범하고 강력한 투쟁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 상급단체가 그에 걸맞는 투쟁을 조직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대차대조표

정규직 노조는 이번에 임금과 복지 개선을 따냈다. 임상시험 연구코디 분리직군 폐지, 인력 24명 충원, 빼앗긴 휴일 일부 회복 등을 약속 받았다.

이는 일부 개선 효과가 있다. 일부 직종의 경우는 중요한 성취를 이뤘다고 여긴다. 그러나 개선 효과가 미흡하다고 아쉬워하는 노동자들도 적잖은 듯하다.

특히 간호 인력 충원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서울대병원 간호사가 3000명 가까이 되는데, 이들의 노동강도를 실질적으로 완화하려면 훨씬 많은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다른 대학병원의 경우 야간근무 일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회복을 위한 휴일(리커버리 오프)을 주기도 하는데, 이런 간절한 요구도 얻어내지 못했다.

(교대 근무가 아닌) 통상근무를 하는 다른 직종 노동자들도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임금과 노동강도가 악화할 것을 우려했는데, 이 점에서도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간호사들은 그동안 교대 근무자라는 이유로 휴일수당도 못 받아 왔다. 법정공휴일과 명절에만 주던 휴일수당을 노동절에도 주기로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점들 때문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대의원 찬반투표에서 4분의 1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더한층 조건 개선을 원했음을 보여 준다.

파업 동력은 일주일이 다 되도록 전혀 줄지 않았다. 일부 병동은 하루 이틀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그래서 파업 종료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노동자들도 제법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에게는 더 나은 성과를 얻을 힘이 있다. 지난 한두 해 사이에 젊은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늘어나는 등 그 힘도 커졌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 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다음 투쟁에서는 더 전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