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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결의:
인권 향상과는 무관한 제국주의적 압박일 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12월 17일 유엔 총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은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의 인권 문제를 우려하고 인권 향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이번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도 지난해 결의에 견줘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올해도 북한 지도층에게 인도주의에 반한 죄의 책임이 있고, 가해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 제재도 거론됐는데,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물론 북한에는 인권 유린이 실재한다.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 관료 계급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려고 억압적 조처들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일부 진보·좌파가 서방과는 다른 북한 나름의 인권 개념을 존중해야 한다(인권의 상대주의)고 주장한다면, 우파들에게나 이로울 뿐이다.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라면, 시민적·정치적 자유는 서방 자본주의 사회보다 대폭 신장돼야지 억압돼선 안 된다. 민주주의 없는 사회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위선

그러나 서방 지배자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김정은은 북한 국경 내에서 북한 주민 2500만 명의 인권을 유린하지만, 서방 지배자들은 전 세계에서 70억 인구를 상대로 인권 유린을 자행한다.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에 북한 지도층을 기소하겠다는 결의에 동참하지만, 정작 전쟁 범죄로 미군을 조사하면 재판소를 제재하겠다고 협박한다. 결의안 공동제안국 명단에 팔레스타인 억압의 장본인 이스라엘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유럽연합과 일본도 인권을 운운할 자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연합이 국경 순찰과 단속을 강화해 난민 유입을 막는 바람에, 해마다 난민 수천명이 지중해에 빠져 죽는다.

무엇보다, 유엔 북한인권결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공세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인권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의 하나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인권 침해와 관련해 최룡해를 비롯한 북한 고위층 인사들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공동제안국으로서 결의안 통과에 동참했다. 미국의 대북 공세에 협력한 것이다. 앞뒤가 다른 위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남북 화해 국면을 이용해 높은 인기를 누려 왔다.

북한 인권은 제국주의적 개입과 압력으로 개선될 수 없다. 서방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력 행사와 개입은 내부 결속 압력을 키워 북한 노동자들이 자력 해방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오히려 차단할 뿐이다.

그동안 인권 단체를 비롯한 주요 NGO 지도자들은 대북 제재를 비판하면서도 유엔 기구를 통한 “인권 대화”가 북한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되고,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과도 병행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런 기대가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인권 개선의 측면에서도 유엔은 별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