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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예멘 식당에서의 따뜻한 경험

얼마 전 친구와 이태원에 있는 예멘 식당에 다녀왔다. 요즘 가끔 이국 음식을 먹는데, 예멘 난민이 난민 인정도 못 받는 상황에서 그 동네 음식을 먹어 보며 예멘을 조금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시작했는데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대뜸 이 식당을 일부러 찾아 온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을 이어 던졌다. 우리는 무척 환영해야 하며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답했다.

그 분은 그게 맞다고 기분 좋게 맞장구를 치시고는 일하시는 예멘 종업원과 요리하는 사장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흥미롭게 들어 보니, 그 종업원은 18살이, 사장은 그의 아버지였다. 어머니는 예멘에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종업원은 수염을 길러서 나이가 있어 보였지만 내가 가르치는 앳된 학생 또래로 느껴졌다.

아주머니는 예멘 사람들이 왜 난민이 돼 한국을 찾아오냐고 물었다. 예멘인 아버지는 한국말이나 영어로 설명하기 난감했는지 양손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렇다는 건 그들이 난민이라는 처지로 온 것은 아닌 듯 싶었지만 여전히 내전 중인 예멘에 어머니, 아내가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서글픔이 느껴졌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에 군대와 무기를 지원해 왔고, 문재인 정부는 올해에도 파병을 연장하고 무기 예산을 92억원이나 배정했다. 그러면서 난민 예산은 깎았다. 자신들이 보낸 군대와 무기로 행한 전쟁으로 예멘에는 전쟁 난민이 계속 생겨나는데도 말이다.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 부대는 방산 수출 규모를 2005~2010년 2600만 달러에서 2011~2016년 11억 2900만 달러로 약 40배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국방부가 한 말이다.

‘기여’라... 그들에게는 긍정적인 수치일 뿐이겠지만, 그 숫자 뒤에는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 와서 슬픔과 아픔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참한 삶이 있다.

나는 예멘 난민들을 지지한다는 응원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설픈 영어로 우리는 난민을 환영하고, 예멘에 대해 궁금해서 예멘 식당에 왔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종업원 청년은 단지 응원이었을 뿐인 우리 말에 적극 호응해 그 자리에서 한국인과 대화를 많이 한다는 예멘 친구를 소개해 줬다.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꽤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채웠는데 그날이 한국에 있는 예멘 친구들의 파티 같은 걸 하는 날이라고 했다. 소개받은 예멘 분은 이주인권센터의 활동가이기도 했다.

식당 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공동체에도 속해 있는 예멘인이 자신들에게 관심과 호의를 가진 낯모르는 한국인에게 선뜻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는 건, 예멘 난민들이 얼마나 도움과 친절을 갈구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어쩌면 식당을 하던 그 예멘인과 친구들 그리고 지금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 사이에 얼마나 분명한 구분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들도 전쟁을 피해서 한국으로 오지 않았나. 단지 식당을 하나 운영하고 있을 뿐. 그래서 종업원 청년은 난민들을 환영한다는 낯선 한국인에게도 웃으며 호의를 베풀었을 게다.

나는 정말로 난민을 인정하고 환영하는 것이 우리들에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조차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