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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행진:
“대통령이 공약만 지켰어도 용균이는 살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만 지켰어도 용균이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대통령 나와라.”

고(故) 김용균 씨의 동료인 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월 21일 청와대로 행진했다. 김용균 씨의 유언(“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을 지키려고 한 것이다.

“우리가 김용균이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고 김용균 씨의 발전소 동료가 고인의 바람을 담은 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진

그러나 문재인은 진압 경찰을 앞세워 만남 요청과 행렬을 가로막았다. 재벌 총수들과는 청와대로 불러 맥주 만찬도 벌이고, ‘백두산 여행’도 다니면서 말이다.

이날 행진은 서울 노동청에서 청와대로 이어졌다. 행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여러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대거 참가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열 맨 앞에 서서 김용균 씨가 들었던 팻말을 들고 외쳤다.

“외주화를 중단하라”,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퇴근길 많은 시민들이 행진 대열을 유심히 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고인이 근무한 한국발전기술노조 신대원 지부장은 “그동안 원청에 [열악한 작업 환경] 개선을 수없이 요구했는데, 결과는 [김용균 씨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돌아 왔다”며 애통해 했다. 그러면서 “용균이의 마지막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이번 기회에 대통령을 만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으로 다가가자, 경찰은 노동자들을 방패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깃발을 가로채,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청와대 앞에서 경찰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진
청와대 앞에서 경찰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진

이후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문재인이 공공부문 정규직화 약속만 지켰어도 김용균 씨는 죽지 않았을 거라고 문재인을 규탄했다. 자기가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은 문재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 그것도 알맹이 없는 ‘대책’만 내놓는 것도 비판했다.

위험 공장, 안전 방문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김용균 씨가 근무했던 태안발전소를 찾았다.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서였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의 현장 조사 참여를 막아 온 사측은 하루 전날부터 하청 노동자들을 동원해 발전소 내부를 깨끗이 청소했다. 그리고 발전사는 석탄을 올리는 현장이 위험하다며 현장 답사를 만류했다. 이해찬 방문에 맞춰 1~8호기의 컨베이어벨트 가동도 중단했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일하는지를 확인하러 간 방문이 아닌 셈이다.

더 화나는 사실은 그동안 사측이 1~8호기를 멈추라는 유족과 대책위의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이다.(현재 사고가 난 9~10호기는 멈췄지만, 더 안전시설이 열악한 1~8호기는 계속 가동되고 있다.)

여당 대표가 방문할 때 멈출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노동자 안전을 위해서는 왜 멈춰지지 않는가?

집회에서 만난 태안발전소 한국발전기술 소속 노동자는 분개했다. “실제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공개해야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

한편, 김용균 씨 어머니는 이해찬이 찾아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우리 아들은 나라가 죽였다. 구조적 문제다.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산업재해를 낸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법안을 당장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이해찬은 “국회에서 심의하고 있다”고 변명했지만, 어머니는 “실행이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고 김용균 씨의 가족들도 “용균이의 죽음은 외주화 때문이다. 꼭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 대통령이 책임지고 일을 하라”고도 촉구했다. 이해찬은 구체적인 대책은 언급 않고 “금년 내에 마무리하겠다”고만 했다.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 김용균 씨의 사진과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현재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 안은 외주화 금지와 사용자 처벌이 약화돼, 통과되더라도 김용균 씨 죽음의 원인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 기업주들 눈치를 보며 노동계 요구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자유한국당 등 우파와 기업주들은 ‘나라 망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죽음과 희생으로 유지되는 나라라면 차라리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게 그런 일자리로 내몰리며 절망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이윤 우선주의 때문에 사고가 벌어졌는데, 참사 근절 대책 대신 공공시설 민간투자 전면화 같은 이윤 우선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게 희망을 걸 순 없다.

유가족과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2일 오후 5시 범국민 추모제에 참가하고, 대통령이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한다. 김용균 씨의 한과 억울함은 우리 모두의 미래와 연결된다. 함께 이 행진에 참가하자. 뻔뻔한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묻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고 김용균 씨의 발전소 동료를 비롯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 김용균 씨의 사진과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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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살 비정규직 故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

2018년 12월 29일(토) 오후 5시 광화문광장


청년들을 더이상 죽이지 마라
2차 청년 추모행동의 날 “너는 나다”

2018년 12월 26일(수) 오후 7시 광화문광장

스물네살 비정규직 故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 / 2018년 12월 29일(토) 오후 5시, 광화문광장(세종대왕상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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