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 나경원은 누구인가:
사학 재벌가 출신의 우파 기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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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된 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파적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카카오 카풀 반대 택시업계 집회에 참석해 정부를 비난했다. 조국 민정수석 경질 압박에 앞장서고 있다. 12월 26일 남북철도 착공식에도 고의로 불참했다. 국회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유치원 3법” 등의 통과를 막고 있다.
배신과 위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휘청거리자 대여 공세로 보수를 결집시키겠다는 것이 나경원의 계산이다. 그가 원내대표가 된 것도 보수대통합을 기치로 친박계의 지지를 받은 덕분이었다.
불과 2년 전 나경원이 박근혜 탄핵 투표에 적극 참가한 것을 떠올리면 놀라운 변신이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은 서울에서 화곡중·화곡고·화곡여상 등을 운영하는 홍신학원 이사장(소유주)의 딸이다.
사학 재벌가 출신인 그가 우파에서 주목을 받은 것도 2004년 사립학교법 개혁에 적극 반대하면서였다. 당시 그는 비례 초선의원이었다.
그는 교사나 여성에 대한 차별적이고 천박한 인식을 드러냈다. 2008년 한 지방 여성지도자협의회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민주적 개혁의 표상인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했음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열린 일본 제국주의 자위대 창설 기념 행사에도 내빈으로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친이계와 잘 지내면서 당 최고위원, 서울시장 후보 등을 지냈다. 그러다가 이명박이 부패 문제로 휘청거리자, 그의 봄날도 가는 듯했다.
2011년 홍신학원 이사장이 2004년 소속학교 교사들에게 나경원 정치후원금을 걷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립학교 이사장이 교사들에게 정치후원금을 걷은 것은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 게다가 한국은 역사 이래 교사의 정치 후원을 허용한 적이 없다. 월 1만 원 민주노동당에 후원한 것 때문에 법적 고초를 겪은 교사와 공무원 노동자들을 들 수 있다.
명색이 판사 출신이고, 그 남편도 판사인 나경원은 2011년 말도 안 되는 해명을 내놓았다. “2004년 당시에는 공무원들도 선거 정치자금을 내는 것이 금지되지 않았었다.”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 속에서 2012년 총선의 공천권을 박근혜가 쥐자, 나경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어차피 공천받지 못할 거라고 본 것이다.
나경원은 2014년 보궐선거로 다시 의원이 되고 나서는 친박계에게 고분고분했다. 두각을 나타낼 기회는 없었지만 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차츰 입지를 굳혔다.
그러다가 거대한 정권 퇴진 촛불에 직면하자 이번에는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다. 그래놓고 정작 탈당은 안 했다.
탈당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나경원은 강성 친박계가 말하는 배신자 목록(“김무성, 유승민, 김성태”)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본인은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은 조금 오른 반면, 문재인 지지 하락 속도가 빠른 게 나경원과 한국당에게는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지지율의 하락만큼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건 아니다. 특히, 친박이 직접 나서기는 아직 이르다.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얻어 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나경원은 아직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조건을 이용해 그들과 동맹을 맺는 책략을 부렸다. 딱 한국당에 어울리는 정치인이다.
한편, 박근혜 정권을 중도 퇴진시켜 버린 촛불 운동은 강력한 반우파 정서였는데도 2년이 흐른 뒤, 몰락할 것으로 보이는 정당이 한국당이 아니라 바른미래당인 것은 한국 정치가 매우 양극화돼 있음을 보여 준다. 바른미래당처럼 온건 우파로 처신하면 국물도 없는 것이다.
문재인과 같은 중도 세력은 우파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또한 확인되고 있다.
좌파가 문재인을 반대해서 우파가 강화되는 게 아니다. 문재인의 우경화가 우파에게 반사 이익을 주고 온건 진보 세력에게 쩔쩔매는 조건을 안겨 주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위선과 배신에 침묵할수록 우파에게 유리해진다. 좌파가 대중의 실망과 분노를 대변하며 단호하게 운동을 선도해야 기회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