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
미국에 타협해 연결은 없는 무늬만 착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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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남북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이 열렸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도로보다는 철도 연결에 쏠린다. 철도는 북한의 핵심 교통수단이다.
오랫동안 남북 철도 연결은 분단으로 가로막힌 남북 교류·협력을 본궤도에 올리는 핵심 사업으로 여겨져 왔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오래된 표어에서 드러나듯이 철도를 타고 남북을 오가는 꿈은 많은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있다.
철도가 연결돼 남·북한 정부들이 허가한 극도로 제한적인 ‘교류’에 그치지 않고 남북 대중 전체가 자유로이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철도 연결을 폄하하기 바쁜 우파들의 행태는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혁명적 마르스크스주의자들은 계급 적대를 흐리는 다양한 분열(성별, 인종별, 민족별 등등)에 반대한다. 남북 간 적대가 완화된다면, 그만큼 노동계급은 계급투쟁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철도 연결 착공식은 있지만, 착공은 없다. 미국이 주도한 국제 대북 제재 때문에 남북 철도 연결에 필요한 물자를 북한으로 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착공식에 들어가는 열차 등의 물자도 미국의 동의를 일일이 거쳐 휴전선을 넘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실제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에 따라 추진”된다고 밝혔다. 이번 착공식이 “세리머니”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듣는 까닭이다.
세리머니
문재인 정부만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 같은 역대 민주당 정부들은 남북 철도를 연결하려고 노력해 왔다. 물론 경제적 이해관계가 주된 동기의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도 남북 철도가 대륙과 연결돼 얻을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부각해 왔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문재인 정부는 이런 일조차 일관되게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 이 정부도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세계 체제에 연결돼 있는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자기 나름으로) 표현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만난 후에 철도 연결은 국제 제재 틀 속에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그가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이런 맥락 속에 열린 착공식은 주되게 문재인 정부의 국내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기 시작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우파의 부활을 막고 남북 협력을 계속 추진할 정부는 자신들밖에 없음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
그러나 철도 연결 같은 남북 교류를 방해하는 미국 제국주의에 저항할 동력을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에서 구할 수는 없다.
최근 공개된 국가안보전략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 기반 위에 우리 주도의 방위 역량 강화” 즉, 한미동맹 틀 속에서의 군비 증강을 강조했다. 군축을 약속하고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등을 하면서도, 이 정부가 명백히 이와 상충하는 친제국주의·군국주의 행보도 벌이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노동자 운동 지도자들이 평화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동반자를 자처한다면, 제국주의에 맞서 진정한 평화를 쟁취할 동력 즉 노동계급의 계급투쟁을 강화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 운동이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대중적인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하고 노동계급의 투쟁이 그 운동의 동력을 제공하는 과정 속에서 철마가 휴전선 건너 달릴 기회도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