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 자녀는 난민 인정을 받았는데 그 아버지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는 난민 인정 재신청을 할 계획인데, 그 결과에 따라 자칫 부자지간에 생이별을 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이란 출신의 A씨 부자는 한국에서 개종했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종교를 이유로 박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한국 당국은 냉혹하게 거절했다.
이에 불복해 각각 제기한 소송에서 아들이 먼저 패소 판결을 받았다. 아들은 난민 지위 재신청을 했고, 마침내 지난해 10월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그런데 그 이후 A씨가 소송에서 패소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소용 없었다.
정말 비인간적인 판결이다. 자녀를 보호자도 없이 혼자 한국에 남겨두고 떠나라는 것인가? 만약 그렇게 되면 난민 인정을 받은 아들도 한국에 계속 머물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상 아들의 난민 인정조차 무력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정부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난민 불인정 결정을 직권취소 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사실상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는 난민 인정 절차를 다시 밟든 말든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는 식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추진하는 난민법 개악의 문제점도 보여 준다. 정부는 ‘중대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난민 재신청을 제한하려 한다. 정부의 불공정한 난민 심사 때문에 난민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재신청을 하는 것인데도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은 이들을 하루라도 빨리 내쫓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악이 시행됐다면, A씨 부자는 재신청조차 해보지 못하고 쫓겨났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난민 인정자의 ‘가족 결합’을 허용한다지만,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의 입국만을 허가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정부가 인정하는 ‘가족’의 대상이 얼마나 협소한지도 보여 준다. 미성년 자녀가 난민으로 인정 받았는데도 함께 사는 그 보호자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정부는 신속하게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해 부자가 이별의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