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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 방안:
정규직화는커녕 여전히 간접고용을 규정한 방안

정부가 2018년 12월 말까지 발표하겠다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민간위탁) 가이드라인’(이하 3단계 가이드라인)은 새해가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최근, 노동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을 불러 ‘민간위탁 정책 추진방향(안)’을 설명했는데, 이것이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정규직 전환은 온데간데없고 민간위탁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폐기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민영화와 다름없는 민간위탁에 대해 “공공부문 효율성과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꽃다운 스물네 살 발전 비정규직 김용균 씨 사망의 근본 원인이 20년간 지속돼 온 발전 민영화·외주화인데도, 정부는 민영화를 통한 효율성(비용·인력 감축)을 중시하겠다고 한다. 정말이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더는 죽이지 마라"는 김용균의 동료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정부 ⓒ이미진

정부는 “형식은 민간위탁이나 실질이 용역과 유사한 단순노무 위탁사무에 대해서는 운영방식 변경을 포함한 제도 개선 등에 대해 우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토 대상 사무로는 고작 5가지만을 꼽았다. 발전소 경상정비 업무, 자치단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상하수도·전력 등 검침 업무, 콜센터 업무, 전산 유지·보수 업무 등. 이 5가지에 종사하는 인원은 2만 3840명이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공공부문 민간위탁 실태조사를 보면, 민간위탁 노동자는 16만 7370명이다. 결국 14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검토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는 것이다. 연구용역과 노사 의견 수렴 등을 거치면, 실제 정규직 전환은 얼마나 걸릴지 알 수도 없다.

민주노총이 ‘기관별 민간위탁 업무 리스트라도 있어야 정규직 전환 방안 논의가 가능하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제대로 답변을 안 했다고 한다.

알맹이 없는

지난해에도 여러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정부의 3단계 가이드라인 발표 예정을 핑계로 대면서, 민간위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논의를 미뤄 왔다.

대표적인 예가 발전소 정비업무다. 지난 1년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3단계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에 정규직 전환 대책을 논의할 수 없다’며 버텼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력파견에 불과한 발전소 정비업무를 민간위탁으로 분류한 것에 반발하며, 2단계(파견·용역)인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통합해 즉각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것을 요구해 왔다.

정부가 시간을 끌며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사이, 김용균 씨가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김용균 씨 사망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까닭이다.

발전 정비업무와 자치단체 생활폐기물업무는 위험성이 큰 업무로서,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산업재해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민간위탁 정책 추진방향(안)’에서 이들 업무에 관해 여전히 검토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콜센터, 전산 유지·보수 업무는 ‘민간위탁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다고 하니 여기서 정규직화 논의를 하겠다는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정부가 공공 인프라에 민간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라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더 보잘 것 없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결국 이번 3단계 가이드라인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알맹이 없는 방안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월 2일 민간위탁업무인 경기도콜센터를 방문해 상담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정부의 방침(3단계 가이드라인)과 관계없이 올해 경기도콜센터 상담사 66명 전원을 공무직으로 직접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기도도 콜센터 상담사 66명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위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규직 전환 방침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대로 세부방침을 정해 전환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민간위탁의 직접고용 전환이 확대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콜센터 상담사들을 정규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혀, 이들에 대한 임금과 처우 개선이 어느 수준일지도 알 수 없다. 노조는 “이제 시작”이라며, “전환 시기, 고용승계/경쟁채용 여부, 임금, 평가 설계 연구용역 협의” 등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