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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위원장 ― 문재인 면담:
사회적 대화가 ‘답정너’일 것임을 보여 준 만남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1월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것은 완전히 헛걸음이었던 것 같다.

이날 양대 노총 위원장과 문재인의 만남은 전날 청와대가 제안해 이뤄졌다. 3일 후에 열리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염두에 둔 제안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조합원 분위기가 경사노위 참여에 부정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김명환 위원장의 위상을 높여 힘을 실어 주려고 한 듯하다. 문재인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적극 요구했다.

그러나 결과 발표를 보면, 면담이 별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듯하다. 산별 대표자 회의에서 정리해 김명환 위원장이 오늘 제시한 요구들을 가지고 면담 성과를 따져 보자.

ⓒ장한빛

김명환 위원장은 다음을 요구했다. ① 故 김용균 노동자 요구 해결(진상규명, 정규직 전환, 안전 인력 확충 등) ② 국회 2월 처리를 앞둔 탄력근로 기간 확대 개악 중단 ③ 최저임금 결정 구조 이원화 추진 중단 ④ ILO 핵심 협약 즉각 비준과 (한정애 의원을 앞세운) 정부 노동법 개악 철회 ⑤ 제주 영리병원 허가 취소 ⑥ 공무원노조 해고자 원상 회복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즉각 철회 ⑦ 민주노총과 정례 노정 협의 실시, 산별교섭 토대 구축.

문재인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악 중단은 아예 거절했다. 정기 노정 협의도 경사노위의 정상 가동 없이 의미 없다고 사실상 거절했다. 탄력근로제에 관해서는 경사노위 합의를 강조했다. 제주 영리병원 취소는 딱 부러지게 답을 하지 않았다.

김용균 씨 사망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 확답도 없이 유가족을 만나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정부의 해결책 제시 없는 만남은 유가족이 진작에 거절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은 ILO 협약 국회 비준 뒤로 미뤘는데, 정작 협약 비준은 경사노위에서 합의해 국회로 넘기자고 답했다.

결국 경사노위에 들어오라는 것 말고 문재인의 말엔 알맹이가 전혀 없었다. 전형적인 “답정너” 대화였던 것이다. 대부분 개악 저지나 박근혜 탄압의 원상 회복 등 비공세적 요구들인데도 이렇게 나온 것이다.

문재인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오면 자신이 직접 회의에 참여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노총이 문재인 팬클럽인가? 이게 그 절박한 요구들에 대한 답인가? 문재인의 경사노위 참여 촉구는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다. 문재인은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노동 안전 등에서 노동권의 개선[을] …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 노동권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를 우롱하는 답변이다. 첫째, 친기업 정책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 개악, 근로기준법 개악, 규제 완화 등등. 문재인은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장관들을 이렇게 채근했다. “정부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 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포괄적인 규제 혁신뿐만 아니라 투자 건별, 제품별 투자 애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이미 경사노위는 개악의 방향을 정해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 청와대가 직접 경사노위 1호 안건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내놓고 우파 야당들과 2월 국회 처리를 합의한 상태다. 경사노위 노사관계개선위원회에서는 면담이 열린 바로 오늘 ‘파업 불참 노동자에게 파업 참가를 종용하고, 산별 교섭을 위해 사용자에게 사용자단체에 가맹하라고 노조가 요구하는 것’ 등을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취급하는 공익위원 안을 내놓았다. 발상 자체가 거의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노사관계 수준이다.

오늘 문재인은 “국민들의 바람은 정부가 정책기조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말고 다양한 경제 주체들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이런 얼토당토않은 안들과 주고 받기 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 회장 손경식이 정부에게 사용자 대항권 도입을 촉구한 지 5일 만에 이런 안이 나온 것이다. “더 이상 노조의 주장만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계의 어려움을 충분히 호소했다. … 정부가 실제로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지를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이 이런 경영자들에게 사회적 약자가 아니니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노동자들 너무 쥐어짜지 말고 노사관계의 어려움은 경사노위에 들어와서 사회적 타협으로 해결해 보자는 말을 한 적이 있던가? 양보와 자제, 투쟁보다 대화는 오로지 노동자들에게만 강요되고 있다. 오늘 면담이 그 축약판이었다.

오늘의 소득 없는 면담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 사회적 대화(경사노위)가 친노동 진보 개혁을 위한 통로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 줬다. 그것은 경제 위기 시대에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단결한 대중 투쟁으로만 그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돼야 한다.

악수하며 웃는 사진만 남았을 뿐 분명한 약속은 하나도 없었다 ⓒ출처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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