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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좌파의 부상

지난 두 주는 유럽 급진 좌파에게 매우 중요했다. 가장 확실한 근거는 프랑스의 유럽헌법 부결이다.

국민투표에 대한 영국 언론의 보도는 망신거리였다. 특히, BBC가 그랬다. “반대파” 진영을 시종일관 “잡다한 동맹”으로 묘사했다 ― 한 기자는 그 동맹을 사회주의노동자당(SWP)과 나찌인 영국국민당(BNP)의 동맹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 필리페 드 빌리에 ― 영국 보수당의 존 레드우드와 빌 캐쉬의 프랑스판 ― 와 나찌 지도자 장 마리 르펜은 국민투표 과정에서 들러리였다.

[유럽헌법이]부결된 결정적 요인은 개량주의 좌파 내부의 분열 심화였다. 첫째, 영국 노동당과 비슷한 사회당의 핵심 지도자들, 특히 로랑 파비우스와 앙리 임마뉘엘리가 헌법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프랑스 최대 좌파 노조 연맹인 노동총동맹(CGT)의 활동가들이 지도부를 거슬러 반대 캠페인을 지지했다.

요즘 대안세계화 운동으로 불리는 프랑스 반자본주의 운동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금융 투기 반대 운동을 벌이는 아딱(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은 처음부터 헌법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베르나르 카쌍과 자크 니코노프 같은 아딱의 지도자들은 헌법 반대 캠페인과 이라크 점령 반대를 대립시켜 전자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도, 그들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지난해 10월 런던 유럽사회포럼은 3월 19∼20일에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해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이라크 침략 반대 시위와 브뤼셀 집회 둘 다를 포함한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수만 명의 노조원과 대안세계화 운동가들이 브뤼셀로 갔다. 벨기에 참가자들보다 더 많았다. 그들을 브뤼셀로 불러들인 핵심 쟁점들 중 하나는 볼케스타인 훈령[Bolkenstein directive, 유럽연합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 프리츠 볼케스타인의 자본 통합 훈령]이었다.

자유시장을 지지하는 유럽위원회의 이 조처는 공공 서비스를 삭감해 사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이 시위 때문에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와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훈령의 내용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투표 결과는 이런 쟁점들을 둘러싸고 투쟁한 좌파적 반대 캠페인의 승리였다. 대다수 사회당 지지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육체 노동자 중 거의 5분의 4가, 화이트칼라 노동자 중 3분의 2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것이 민족주의적 반대였다는 말에 속지 말자.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관련 국민투표 때 나는 파리에 있었는데, 당시 공산당의 팻말에는 독일 지배의 위협을 환기시키는 히틀러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것은 민족주의적 캠페인이었다.

이번에 공산당은 대안세계화 운동으로 방향을 틀어, [유럽헌법] 반대가 유럽에 이로운 까닭을 설명하는 유럽의 호소를 발의했다.

국민투표 결과가 미칠 즉각적인 영향 중 하나는 프랑스 사회당의 심각한 위기일 것이다. 사회당 지도자들은 찬성 캠페인을 벌였지만, 평당원들은 거부했다.

이것은 프랑스의 급진 좌파, 특히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에게는 커다란 기회다. 즉, LCR이 개량주의 좌파의 상당수를 끌어당겨 그들이 신자유주의와 결정적으로 단절하게 만드는 정치적 재편성에 일조할 것이다.

독일에서도 이 과정이 시작됐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선거에서 새로운 좌파 정당인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이 2.2퍼센트를 획득했다. 전 독일사회민주당(SPD) 당수이자 재무장관이었던 오스카 라폰테인은, 가을에 있을 연방선거에서 ‘선거대안’이 민주사회당(PDS)과 연합 공천을 한다면 ‘선거대안’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대안’과 PDS가 연합한다면 의석 확보에 필요한 5퍼센트 장벽을 십중팔구 돌파할 것이다.

존 프레스콧은 영국 정치에서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프랑스와 독일의 투표는 이것이 유럽 전체에서도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번역 김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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