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노동자들, 자회사 합의 1년 만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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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방안의 문제점 다시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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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노조가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2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파리바게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월 파리바게뜨의 자회사 피비파트너즈에 직고용됐다. 그러나 1월 31일, 노동자들은 사측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규탄에 나섰다.
파리바게뜨 문제는 2017년 6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제빵기사 5000여 명의 불법파견이 확인됐다고 폭로하면서 공론화됐다. 얼마 뒤 파리바게뜨 노조가 설립돼 본사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결국, 파리바게뜨 본사(SPC)는 자신이 지분 51퍼센트를 갖는 자회사 피비파트너즈에 제빵기사들을 직고용하고, 체불임금 지급, 노사협의체 운영, 3년 내 본사와 동일 수준 임금 적용 등을 약속했다. 합의가 적용된다면 노동자들의 처우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 후 노동조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는 “불법파견에 따른 사회적 합의 이후 1년, 바뀐 것은 회사 이름뿐! 5300여 제빵·카페 기사들의 처지는 바뀌지 않았다!” 하고 분통을 터뜨린다.
임종린 지회장은 조합원 월급이 오히려 20만~30만 원가량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3년 내 같은 본사 기사들과의 동일 임금’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월평균 휴무일은 5~7일에 불과하다. 한 노동자는 “52시간 맞추는 것만 급급해서 휴무가 휴무가 아닌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 52시간제에 맞춰 노동시간을 줄이면 인력을 늘리고 임금은 보전해야 하지만 이런 조처가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합의문에 부당노동행위 책임자를 징계하기로 했지만, 징계는커녕 그중 일부는 진급을 해 노동자들의 화를 돋웠다.
사측은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지회가 대표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 등을 대며 노조를 무시하고 있다.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과 한 단체교섭 과정과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것도 비민주적이라고 지회는 비판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사측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여파 속에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자회사 고용에 합의했지만, 이제는 문재인의 친기업 우경화에 자신감을 얻어 이토록 뻔뻔하게 나오는 듯하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상황은 자회사로의 고용이 비정규직 문제에서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미 인천공항 비정규직을 비롯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이런 점을 보여 줬다. 투쟁을 선언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지·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정의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정미 대표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측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합의 주체로 참여한 정의당으로서는 유감스럽다’며 향후 노조와의 면담 등을 거쳐 대응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이 국회에서의 지위를 활용해 나선다면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