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주의자들이 “제국주의의 벗”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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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통계(민족해방운동 파) 언론 〈민플러스〉가 백철현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직함 생략)이 쓴 ‘제국주의와 그 ‘진보적’ 벗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4.27시대연구원은 〈민플러스〉의 유관 단체다.
백철현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제국주의 진영이 반소·반공 선전을 위해 반스탈린 관점에 선 ‘진보적’ 인사들을 포섭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로츠키주의자들이 CIA의 주된 포섭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1879~1940)가 서방 제국주의의 벗(또는 첩자)이라는 주장은 스탈린의 반(反)트로츠키 캠페인에서 늘 등장한, 역사가 오래된 비방·중상이다.
백철현도 이런 스탈린주의 고유의 비방 전통에 따라 스탈린주의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모두 한통속이고 결국 서방 제국주의를 이롭게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제국주의자들의 스탈린주의 비판과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스탈린주의 비판은 그 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비판의 방향도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자본주의 이윤 체제를, 후자는 진정한 노동자 권력의 수립을 대안으로 삼는다. 전자는 오른쪽으로부터, 후자는 왼쪽으로부터 비판한다.
바로 이 때문에 서방(남한) 지배자들이 트로츠키주의 운동을 박해했던 것이다. 스탈린주의 체제와 그 전략을 비판한 목적과 그에 바탕한 실천이 서방(남한) 자본주의에 대해 “반(反)체제적”이었기 때문이다.
남한 지배자들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주장과 실천이 결국 북한을 이롭게 한다며 탄압했다. 남한 국제사회주의자(IS)의 국가보안법 구속자 수는 지금도 단일 조직 최대 구속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른바 진영 논리라는 흑백 논리의 한 유형인 이 비방 논리는 스탈린주의 체제를 그 자체의 장점으로 옹호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군색한 처지를 떼놓고 이해하기 어렵다. 즉, 진정한 논쟁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반전 운동
트로츠키는 스탈린주의 체제와 국제 스탈린주의 운동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을 남겼다. 그것은 여느 자유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반공주의와 달리 노동계급의 권력을 지향하고,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의 전통과 방법에 기초한 것이었다.
실천에서도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서방 제국주의의 벗이 아니라 그에 맞서 싸우는 투사들이(었)다.
트로츠키 자신은 물론이고 그 지지자들도 오랫동안 반제국주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해 일어난 대중적 반전 운동이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적지 않은 나라에서 중심적 구실을 했던 것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이었다.
노동자연대는 1990년대 내내 미국의 이라크·보스니아 침공, 세르비아 폭격 등 미국의 군사 개입에 분명하게 반대해 왔다. 그리고 2000년대 초에 한국에서 이라크전쟁 반대 운동을 일으키는 데 앞장섰다. 2003년 7월 26일에 열린 한반도평화포럼에서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처음에 다함께[노동자연대의 이전 이름]가 반전 운동을 일으킨 것이 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무렵에 노동자연대(당시 다함께)와 반전 운동을 함께 만들었던 정대연 씨와 박경순 씨 등 자민통 주요 리더들은 “다함께가 반제국주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공식·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말했었다. 정대연 씨 등과 우리가 이라크전쟁 반대 운동을 한창 하고 있었을 때, 백철현 씨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2017년 가을 트럼프가 북한을 위협하며 한반도에서 긴장을 높이려고 서울에 왔다.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를 바로 자민통 계열 단체들과 함께 벌였다! 지금도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시도와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를 앞장서서 비판하고 있다.
〈민플러스〉 편집부가 이런 사실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민플러스〉 편집부가 이런 비방과 왜곡으로 점철된 기사를 게재하기로 한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