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약물카르텔 규탄시위’:
여성들이 약물 강간과 검경 유착을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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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닝썬’의 약물 강간 조장과 경찰 유착에 분노한 여성 2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3월 2일 혜화역에 모였다.(‘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 참가자의 대부분이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었다.
시위 주최측은 강간 약물(GHB)을 유통한 판매자와 구매한 클럽, 이를 이용한 범죄자에 대해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이를 방임한 경찰과 정부를 규탄했다.
불법 강간 약물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현실을 퍼포먼스로 묘사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여성은 상품이 아니다” 등의 팻말을 들었고 “클럽 강간 불촬물이 고객 유치 비법이냐”, “약물 범죄 판을 쳐도 국가는 방관했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청장과 문재인을 규탄하는 구호가 가장 인기 있었다.
시위 주최측이 낭독한 성명서는 이렇게 말했다. “자칭 남페미 문재인은 20대 여성 페미니스트들을 집단 이기주의라 칭하며 그 동안 여성들이 내 온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했다. ... 당신도 공범이다. 당신의 입놀림은 더 이상 여성을 현혹시키지 못 할 것이다.”
돈벌이에 눈 먼 클럽이 여성을 약물로 기절시킨 뒤 강간으로 내몰아 남성 고객을 유치하고, 클럽과 유착한 경찰이 이 끔찍한 범죄를 봐줬다는 폭로에 여성들이 분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오늘 시위를 앞두고 (물론 늑장이었지만) 경찰이 관련자 체포 등에 나서고 언론들이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여 혐의 등으로 초점을 흐렸다. 그럼에도 오늘 시위에 적지 않은 여성들이 집결한 것은 성차별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높음을 보여 준다. 또한 지난해 말 ‘불편한 용기’ 시위의 중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동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보여 준다.
서울경찰청은 공분을 잠재우기 위해 뇌물 수수 경찰관을 수사하고, 마약 단속 종합 대책을 내놓는 등 급히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 반짝 대책으로 대중의 뿌리 깊은 불신을 없애지 못할 것이다.
공공연히 알려져 있듯, 유흥업계와 지역 경찰 사이의 더러운 유착은 하나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 성착취 업소와 유착 관계가 밝혀져 많은 경찰들이 파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같은 일을 겪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꼬리 자르기 수사를 멈춰라.”(시위 주최측 성명서 중)
이번 시위의 요구대로, 강간 약물 판매자·클럽 운영자·성범죄 가해자·뇌물 수수 경찰관은 엄중 처벌되고, 검·경의 부패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