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 반값 등록금 수혜?:
실상은 역시나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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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개강해 캠퍼스에 활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마음 한편에는 불편함이 있다. 높은 등록금 때문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합격생이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입학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수백만 원 때문에 스무 살 대학생의 꿈이 꺾일 수 있는 현실이 매우 분노스럽다.
높은 등록금 부담을 낮춰 보자고 2012년부터 국가 장학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국가 장학금이 확대돼, 3명 중 1명이 반값 등록금을 받게 됐다고 자랑한다.
지난해엔 전체 대학생의 약 28퍼센트가량이 국가 장학금으로 등록금의 절반을 지급받았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약 31퍼센트가 되리라는 것이다.
국가 장학금은 지난해에는 가계 소득이 중위소득의 120퍼센트(4인 가구 기준 연봉 약 6600만 원) 이하인 학생들이 등록금의 절반 정도를 지급받았는데, 올해 그 범위가 130퍼센트(4인 가구 기준 연봉 약 7000만 원)로 확대됐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2019년 국가 장학금 운영 기본 계획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 장학금 등 정부 학자금 지원 제도를 세심하게 갖춰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가 장학금 예산 삭감해 놓고 생색내기
그러나 정부가 뭔가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국가 장학금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795억 원 줄었다! 그런데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생 수가 1.8퍼센트 줄어, 수치상으로 개선이 있어 보이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제대로 실천한 것이 없다. 국가 장학금 예산이 3년째 3조 6000억 원 수준으로 답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대학생들은 여전히 높은 등록금으로 고통을 받는다.
여전히 학자금 대출자는 169만 명이나 된다. 게다가 높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어려워 장기 연체한 사람이 3만 6000여 명이다. 학자금 대출 장기 연체 이자는 시중 은행보다 높다. 입학부터 졸업 이후까지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의 덫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약속이 말만 많고 제대로 실행된 것이 없듯이, 등록금 정책도 속 빈 강정이다.
국가 장학금, 대폭 확대하고 개선하라
국가 장학금이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숨통을 조금 틔워 주고는 있지만, 앞에서 말한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대폭 증액되고 확대돼야 한다.
그리고 개선도 필요하다.
첫째, 성적 기준을 없애야 한다. 현재 국가 장학금을 신청하려면, 직전 학기 학점이 B0 이상이어야 한다(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은 학점 C이상). 그런데 B0를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평가의 확대, 재수강 횟수의 제한, 재수강 시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의 제한 등 경쟁의 심화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2017년 국가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은 신청자의 42퍼센트밖에 안 됐다.
둘째, 국가 장학금 지급 금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모든 선별적 복지가 그렇듯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신청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이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대학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 일부의 학생들은 아예 국가 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한다. 아무런 잘못 없는 학생들이 정부와 대학 당국이 낳은 문제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맡는 것이다. 정부의 대학 평가는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고, 이 구조조정에서는 특히 저소득층과 노동계급의 자녀들이 큰 피해를 본다.
대학 평가와 국가 장학금 신청 자격을 연동해서는 안 된다.
GDP의 1.5퍼센트만 투자해도 무상 등록금
더 나아가 고지서 상 등록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 현재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은 100만 원 수준이다. 더 많은 대학들도 등록금을 대폭 삭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나라 대학 등록금은 평균적으로 사립대가 740만 원(2017년 기준), 국립대가 422만 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GDP 대비 고등교육재정 비율은 0.8퍼센트이다. 이를 OECD 평균인 1.4퍼센트에 맞춰 25조 원을 사용하면, 대학 등록금을 아예 없앨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와 의지가 문제인 것이다.
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생색만 내려는 것을 보건대, 문재인 정부에게는 그런 우선순위 변화와 의지의 발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