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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등록금 인상 요구하는 사립대학들
교육부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경계를 늦출 순 없다

1월 7일 사립대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2020년 신년하례식 및 제1차 회장단 회의’가 열렸다. 사립대 총장들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사총협 정기총회에 이어 다시 한 번 등록금 인상 의지를 밝혔다.

그들은 지난 11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인하돼 “대학 재정”이 “황폐화”되고, “교육 환경”이 “열악”해져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될 위기라고 주장했다.

교비를 횡령했던 이승훈 세한대 총장을 불과 얼마 전까지 협의회 회장 자리에 앉혀 뒀던 사총협의 뻔뻔함에 속이 메스꺼울 지경이다.

보수 언론들도 사립대 총장들의 우는 소리를 대변하고 나섰다.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수입은 적은데, 강사법 시행과 입학금 폐지 등으로 재정이 더 악화됐고, 학령 인구도 감소 추세라는 것이다.

사립대들과 보수 언론의 재정난 운운은 온통 거짓말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주장일 뿐이다.

거짓말

첫째, 한국의 등록금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등록금이 0.64퍼센트만 오른 것은 사실이다. 보수 언론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671만 원이다(사립대 평균은 2018년 745만 원). 2016년 기준 우리 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4위, 국공립대는 6위로, 여전히 높다. 약 10여 년 전까지 대학들이 물가 상승률의 몇 곱절씩 등록금을 폭등시켜 온 결과다.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무려 803시간을 일해야 한다(시급 8350원 기준). 쉽게 말해, 방학 두 달 동안 매일 13시간씩 일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빚에 허덕인다. 만 19~29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채무 발생 이유 결과를 보면, 72.2퍼센트가 학자금 마련 때문이라고 답했다(‘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 방안 연구Ⅲ’, 2018 한국 청소년 정책 연구원).

‘반값 등록금’ 정책의 일환인 국가장학금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숨통이 조금 트였지만, 그 국가장학금은 고스란히 대학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게다가 국가장학금은 절반의 학생들만이 받고 있고, 그 금액도 천차만별이며, 학점 제한까지 있다는 약점도 있다.

둘째, 사립대들은 돈이 많다. 설사 재정난이 사실이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그 책임을 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우선 2018년 기준 사립대들이 쌓아 놓은 적립금은 모두 7조 8260억 원이나 된다. 그런데 사립대들은 이 돈을 학생들의 학습 조건과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데 쓰지 않는다. 그러면서 교육 환경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니 어찌 믿을 수 있겠나.

회계 비리 등으로 부정하게 줄줄 새는 돈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한편, 119개 대학 기획처장들은 “사립대학 교직원 인건비는 10년 가까이 동결되면서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며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이간질하려고도 한다. 그러나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릴 때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한 적이 있던가!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조금이라도 개선하자고 강사법이 개정됐지만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했다. 이는 개설 강의수 축소와 강의 대형화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인력 감축으로 고통받고 있다.

사립대들은 법으로 정해진 제 책임도 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사립대 재단의 대다수가 법정 부담금(사학연금과 4대보험의 사용자 부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실을 폭로했다. 사립대 재단들은 등록금 등으로 마련해 교육 목적으로만 쓰게 돼 있는 교비회계에서 돈을 빼내 그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단 임원들은 연봉을 수억 원씩 챙기고 있다.

사립대 수입의 56.8퍼센트가 등록금이다. 즉, 등록금 의존율이 상당히 높다. 반면, 재단이 기여하는 돈(법인전입금)은 고작 6.8퍼센트밖에 안 된다.

최근 10년 동안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패널티가 생기자, 사립대들은 대학원 등록금 인상, 유학생 등록금 차등 인상, 기숙사비 인상 같은 꼼수도 부려 왔다.

교육부 “대학들 인상 안 돼”의 속뜻은?

지난 7일 열린 사총협 회의에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참석했다. 사립대들은 박백범 차관을 통해 정부에 ‘등록금 인상 허용’을 재차 요구하며, 등록금을 인상하더라도 국가장학금 Ⅱ유형에서 불이익[1]을 주지 말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는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행보인지 의심된다. 박백범 차관은 “등록금 인상은 국회의 반대로 어렵다”고 말했다. 즉,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인 측면이 큰 것이다.

문재인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어디로 갔나 지난 해 국가장학금 재정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임수현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장학금 재정도 줄였다.(출산율 감소로 대학생 수가 1.8퍼센트 줄어 수치상 개선이 있어 보였지만 말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예산을 전년 대비 약 8000억 원 증액 편성”했다며 생색냈다. 그러나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부담 비율은 GDP 대비 0.7퍼센트(2016년 회계 기준)로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이 비율을 OECD 평균인 1.4퍼센트에 맞춰 25조 원을 사용하면 대학 등록금을 아예 없앨 수도 있는데 말이다.

즉,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와 의지가 문제인 것이다.

‘당근’(국가장학금 Ⅱ유형) 잃고 ‘채찍’(재정 지원 제한)을 감수하며 당장 등록금을 올릴 대학은 적을지도 모른다. 서울대가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고, 고액 등록금을 자랑하는 몇몇 사립대 당국들이 동결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사립대들의 태세를 볼 때, 총선 후 공격이 더 본격화될 수 있다. 또, 대학에 따라 등록금을 바로 인상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

법정 상한선만큼 등록금이 인상되더라도, 2029년에는 연간 등록금이 1000만 원을 웃돌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몇몇 대학에선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상 시도에 맞서,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고 대학 당국과 정부에 책임을 묻는 저항이 건설돼 나가야 한다.



[1] 현행법상 대학 등록금 인상은 직전 3개 연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하로만 가능하다. 올해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는 1.95퍼센트다. 그러나 이 한도에서 인상하더라도, 해당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