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으로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을까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5월 27일∼29일, 한총련·한대련 등이 공동 주최하는 ‘5월 한마당’이 고려대에서 열렸다. 28일 오전에 북미 관계에 대한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한국전쟁 때 맥아더가 한반도 북부지역을 핵폭격하려고 했었”던 것, 1950년대 이래 한반도에 미군이 “전술핵 수천 기를 배치한 사례”와 1994년 전쟁위기 등을 잘 설명했다.
그러나 김 총장이 북핵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핵보유를 (전쟁을 막기 위한) ‘군사적 억제력’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나아가 김 총장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50여 년간 유지돼 온 한반도의 군사적 비대칭성이 무너지고 북-미(의 군사적 지위)는 대등해졌다고 과장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을, 1만 기가 넘는 핵무기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위협과 비교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따라서 진보진영 내의 일부가 양비론적 관점에서 북한과 미국을 공평무사하게 비판하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하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보유 선언을 했음에도 미국이 강경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은 북한의 군사력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미국이 추진하는 세계제패전략의 일환이다. 그리고 미국은 바로 그 전략에 근거해 이라크를 침공했다.
지금 미국은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어 한반도와 같은 다른 분쟁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북핵 문제에서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했고 만만치 않은 재래식 군사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여전히 미국의 전체 군사력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다. 북한의 핵무장과 군비 확대만으로 미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망상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개발을 비롯한 군사력 증강에 의지해 위기에 대응하려는 것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뿐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남한과 일본의 핵개발 의지를 자극해 동북아 전체를 핵무기 경쟁의 수렁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핵에 의한 평화는 무장한 평화일 뿐이며 이것은 더 한층의 심각한 전쟁을 부를 위협이 있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은 수백만 북한 인민의 생존권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이다. 핵무기 위협은 지배계급뿐 아니라 다수의 피억압 대중까지 겨냥하기에, 노동자 계급의 국제적 단결에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