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합의안 또다시 부결, 메이 정부는 붕괴 직전

ⓒ출처 kalhh (pxhere)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또다시 부결되면서 영국 정부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하지만 위기의 뿌리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다.

3월 29일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하원에서 58표 차(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로 부결됐다. 노동당 의원들 대다수, [북아일랜드 우파 정당이자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영연방병합당(DUP) 소속 강경 보수 성향 의원들, 보수당 의원들 수십 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메이는 합의안의 일부라도 가결시키려 [의향투표*라는] 필사적인 조처까지 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표결 후 메이는 “질서정연한 브렉시트”를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연설했는데, 현실 인식 능력이 평소보다 더 떨어진 듯했다.

메이가 제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하원에서 1월에는 230표 차로, 3월 초에는 149표 차로 부결됐다.

이번에 표차가 줄어든 것은 제이콥 리스-모그 같은 일부 보수당 의원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메이의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브렉시트 자체가 어그러질까 봐 걱정했다. 표결 전 토론에서 메이는 이번이 “브렉시트를 보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메이가 합의안이 통과되면 사임하겠다고 약속한 것 때문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도 있었다. 특히 차기 총리 자리를 노리는 [보수당 소속 전 외무장관] 보리슨 존슨 같은 자들이 그랬다.

보수당의 혼란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3월 26일 저녁 ‘BBC 뉴스나이트’는 왜 메이가 이전과 다를 것 없는 합의안을 또다시 표결에 부쳤는지 묻는 질문에 장관 한 명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알 게 뭡니까. 저는 이제 관심이 없어요. 정부는 산송장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붕괴 위험에 처한 것은 보수당만이 아니다.

균열

영국 국제통상장관 리암 폭스는 하원의원들이 메이의 합의안에 찬성하도록 협박했다. 그런데 폭스가 한 말 자체는 옳았다. “영국의 현재 정치 구조가 위험에 처했다고 봅니다. 유권자와 현재 정치 구조 사이 불신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이해할 수 없고, [대중과] 동떨어져 있으며, 책임성 없는 의회의 행태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정치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여길 것인데, 옳은 생각이다.

3월 29일에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리라고 예상했던 것은, 2016년 [6월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에 찬성 투표한 1740만 명만이 아닐 것이다. 당시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한 사람들이나 국민투표 과정에 넌더리가 나서 투표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도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리라 봤을 것이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란은 주로 어떻게 하면 대기업들의 요구와 이주의 자유 제한이 잘 충족될지를 두고 벌어졌다. 영국 정부의 긴축과 인종차별,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와 인종차별이 중단되기를 원한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은 무시됐다.

합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새 계획이 제출되거나 합의 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영국은 4월 12일에 유럽연합을 탈퇴해야 한다.

합의 기간이 연장돼 탈퇴 날짜가 그보다 더 미뤄지면, 5월 23~26일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가 영국에서도 치러질 것이 확실시된다.

4월 1일에도 메이의 합의안이 아닌 브렉시트 방안들을 두고 의회 표결이 있을 예정이다. 3월 27일에도 [브렉시트] 방안 8가지를 두고 숙의가 있었지만, 어느 안도 절반 이상을 득표하지 못했다.

가장 많이 득표한 안은 2차 국민투표 실시안(찬성 268표, 반대 295표), 영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찬성 265표, 반대 271표)이었다.

현재, 어떤 안이든 과반 득표를 할 수 있을지 완전히 불확실하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우파·극우·파시스트 세력들이 의회 근방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거리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강화하고, 2차 국민투표나 유럽의회 선거가 있을 시 [자신들의 입장에] 탄력이 붙기를 바라고 있다.

3월 29일 오후 4시부터 [총리 관저 맞은편인] 리치몬드 테라스에서 ‘인종차별에 맞서자’가 주최한 대항 집회가 열렸다.

인종차별주의자들과 파시스트들이 보통 사람들의 친구인 척하는 것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노동당이 노동계급의 요구를 걸고 사람들을 결집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어서] 커다란 공백이 있다.

노동계급의 요구를 걸고 사람들을 결집시키면, 브렉시트 문제를 국민보건서비스(NHS) 지키기, 민영화 중단과 재국유화, 기후 변화에 맞선 행동, 주택 공급을 위한 비상 조처 등 다른 쟁점들과 연결시킬 수 있고, 그러면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

메이와 보수당 전체를 제거하기 위한, 그리고 긴축과 인종차별에 맞선 브렉시트를 위한 행동을 더 강화해야 할 때이다.

주제
국제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