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청 다문화센터 노동자 투쟁:
민주당 구청장이 직영을 민간위탁으로 돌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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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토) 인천 남동구 평생학습관 앞에서 ‘남동구 건강·가정 다문화지원센터 민간위탁 계획 철회 촉구’ 집회가 열렸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 노동자들과 다문화센터 이용자인 이주민들, 인천지역 연대 단체 회원 등이 참가했다.
지난 2월 중순 인천 남동구청(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이강호)은 직영이던 다문화센터를 6월 1일부로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4월 2일 ‘성산효나눔재단’(인천순복음교회)을 수탁기관으로 선정했다. 민간위탁 전환 발표 이후 1개월 만에 수탁기관을 결정하는 등 졸속적으로 강행처리 한 것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높았다.
다문화방문지도사들은 2017년에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상시·지속업무 종사자)였다. 2018년 1월부터 남동구 다문화센터 내근직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외근직인 다문화방문지도사들은 정규직화는커녕 지난해까지 10개월 쪼개기 계약을 강요 받아 왔다. 그러더니 정규직화는커녕 민간위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일반연맹 지역일반노조 인천 남동구 다문화방문지도사지회 최재순 지회장은 민간위탁 시도는 정규직화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내근직)은 민간위탁 되면 현재는 정규직(무기계약직)인데 비정규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방문지도사들도 정규직의 꿈을 꾸고 있었는데 민간위탁 되면 그 꿈이 좌절됩니다. 그래서 민간위탁을 반대하는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남동구청은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더라도 고용은 보장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믿기 어렵다. 성산효나눔재단의 위탁 운영 기간은 2021년까지이다. 노동자들은 매년 2~3년 단위로 위탁 기관 변경에 따라 고용 불안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이주민들에게 한국어 교육과 부모 교육 등을 하는 다문화방문지도사들은 그동안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해 왔다.
다문화방문지도사들의 근무시간은 대체로 주당 16시간이다. 방문한 가정에서 진행한 수업시간만 인정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 방문 이동시간, 각종 회의와 업무일지 작성 등을 포함하면 근무시간은 더 길다.
수년을 일해도 임금은 근무시간에 따른 시급이 전부였다. 시급도 10년간 동결됐다가 지난해와 올해 고작 몇백 원 인상돼, 대체로 월 80만 원 수준이다.
그래서 지난 해 전국적으로 다문화방문지도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인천 남동구 다문화방문지도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 명절 수당(30만 원)과 매달 식사비(5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5년까지 남동구 다문화센터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다 직영으로 전환했다. 민간위탁 시절 경험에 대해 한 조합원은 이렇게 일갈했다.
“다시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면 3년 뒤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고용 불안정성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우리의 투쟁으로] 얻은 지 3개월된 복지(명절상여금, 식사비 등)를 민간업체가 계승할 리가 없습니다. 돈이 있어야 복지도 하고 처우 개선도 하는데 민간업체가 돈을 낼 리가 없어요. 3년 전 민간위탁 업체는 기독교재단이었는데, [저희에게] 후원금 등을 요구했습니다.”
민간위탁 정규직화 포기한 문재인
매우 뜻깊게도 4월 6일 집회에는 다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결혼 이주민들도 참가해 ‘민간위탁 반대, 다문화센터 이전 반대’를 외치며,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나타냈다.
남동구청은 다문화센터 민간위탁 전환뿐만 아니라 센터 이전도 강행하고 있다. 한국이 낯선 이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외진 곳으로 남동구 다문화센터 위치를 이전한다는 것이다. 센터를 이용하는 결혼 이주민들은 평일 점심시간에 다문화센터 내근직 노동자들과 함께 남동구청 앞에서 민간위탁과 센터 이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결혼 이주민 왕커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남동구 다문화센터의] 여러 가지 좋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낯선 한국에서 저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입니다. 결혼 이민자들은 버스를 타는 것도 어렵고 힘든데, 한국인도 찾아가기 힘든 구석진 좁은 곳으로 [센터를] 옮겨 가려 합니다. 저희들의 친정 같은 이곳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남동구청이 다문화센터 민간 위탁을 추진하는 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크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포기했으며 민간위탁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양경수 본부장은 이를 비판했다.
“[문재인은] 올해부터 진행하기로 약속했던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은 가이드라인조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자기의 입으로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 않는데, 구청장 따위가 뭐라고 대통령이 한 약속을 지키겠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누더기’가 되는 상황에서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일반연맹,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은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일반연맹 이양진 공동위원장 이렇게 말했다.
“[민간위탁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원청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위탁된 곳도 원청으로 전환하는 이런 싸움을 [해야 합니다]. 민주일반연맹은 7월에 총파업을 해 정부와 직접 상대해서 모든 위탁된 곳들을 원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런 투쟁을 할 것[입니다].”
민간 위탁 반대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인천 남동구 다문화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