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 포기한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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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정부가 ‘민간위탁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예정보다 두 달이나 지나서 정규직 전환 3단계 방안을 내놓은 것인데 제목에서 보여 주듯, 정규직 전환은커녕 민간위탁 정책을 유지하는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위탁 전환은 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민간위탁은 과도한 이윤 추구와 비리 등의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으며 민간위탁 노동자는 상시적인 고용 불안과 낮은 처우 등 저질 일자리에 시달리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간위탁 분야는 업무가 다양하고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가 대부분이어서 정규직 전환의 목표와 기준을 일률적으로 세우기 어렵다”(국무총리 이낙연)며 사실상 나몰라라 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1단계에서 누락되거나 비효율과 서비스 질 저하, 위탁업체 비리 의혹 등 문제가 있는 일부 민간위탁의 경우 직영화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직영화(정규직화)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과 다름 없다. 실내 청소와 경비 등은 1단계 전환 대상인데 민간위탁으로 잘못 분류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더니 이제 와서 전환 여부를 개별 기관이 판단해 또 다시 제외될 위험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이미 정규직 전환 1·2단계에서도 전환 여부를 자율에 맡겨 정규직 전환이 엉망진창이 되도록 했다. 정부 자신을 비롯해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막대한 예산 증가’를 이유로 전환 대상을 축소하거나 아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빼버렸다.
정부가 ‘심층 논의가 필요한 위탁사무’(발전사 경상정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콜센터, 전산유지보수, 상하수도 검침 등)로 분류한 업무들도 ‘소관 부처 등 권한 있는 기관’에서 타당성을 검토한 뒤에야 정규직화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다. 검토 시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구조라면 노동자들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매우 부차화될 것이 뻔하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들에 대해 민주노총이 ‘용역계약서’까지 제출하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20만 명(정부 조사)에 이르는 민간위탁 분야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명박-박근혜 정책 계승
대부분 공공서비스인 민간위탁 사무는 상시·지속적 업무(92.8퍼센트)다. 그러나 경쟁적 계약 제도 등 때문에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열악하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사망에서 보듯, 외주화는 끔찍한 사고를 늘린다. 민간위탁의 목적이 예산 절감을 통한 효율성 증대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민간위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증가해 왔다. 역대 정부들은 모두 공공부문 구조조정(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외주화를 활용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공공부문 선진화’, ‘공공부문 합리화’ 정책을 추진하며 민영화와 외주화를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도 전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에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주들의 이윤 창출을 지원하는 데에 골몰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민간위탁 노동자의 고용 승계, 합리적 임금 수준 등을 제시하는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3년마다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민간위탁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고용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임금 인상을 억누르려고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합리적 임금 수준’이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조차 ‘가이드라인’일 뿐 구속력이 없다.
민주노총은 노동 개악 저지와 함께 공공부문 민간위탁 중단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