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시간 버는 문재인의 의료 영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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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사 원희룡은 4월 9일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제주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청문 기간을 예정보다 늘릴 것임을 내비쳤다. “헬스케어타운 사업 전체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 추가 검토가 있을 수 있[다.]”
영리병원 허가 취소에 시간을 끌겠다는 것이다.
원래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법에 정해진 개원 시한(3월 5일)을 넘기자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다며 4월 초에는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얘기해 왔다. 영리병원 반대 운동과 광범한 반대 여론이 맞물린 결과다.
3월 26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그동안 영리병원 반대 운동 측이 제기해 온 많은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녹지그룹은 청문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제주도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계획도 없는 녹지그룹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여 추진하게 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자신들은 “아무런 의료시설 운영 경험도 없었’는데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무기로 의료기관 개설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또 “개설 허가절차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관련 전문 업체들과의] 업무협약 추진도 일체 중단됐[다.]”
물론 지금 녹지그룹 측의 주장만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녹지그룹 측도 이윤을 따져보며 병원 개설에 합의했다가 이제 수익을 내기 어려워 보이자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고 피해자 시늉을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최소한 제주도 측이 도 조례를 어긴다는 점을 알면서도 영리병원 유치를 밀어붙였다는 사실은 드러난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조례를 보면, 의료시설 운영 경험은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청문회 내용이 워낙 적나라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희룡에게 허가 취소 외에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런데 또 시간을 끌며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뭘 믿고 이러는 걸까?
노동계급과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와 자본가들의 눈높이에서 사태를 보면 그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를 포함해 전임 정부들이 추진하던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규제프리존법 통과에 이어, 얼마 전 3월 국회에서도 의료기기와 제약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두 개나 통과시켰다. 4월 국회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통과시키려 한다.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자 기업 이윤을 위해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노동 존중’도 ‘소득 주도’도 내팽개치고 친기업 일변도로 나선 이유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제주 영리병원 문제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말을 아껴 왔다. 제주 영리병원 문제에 개입했다가는 애써 자본가들에게 얻은 신뢰를 까먹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영리병원이 세워진다면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의료 영리화 정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원희룡은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를 붙들고 늘어졌다. 녹지국제병원은 원희룡을, 원희룡은 문재인 정부를 물고 늘어지는 꼴사나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원희룡은 이번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청와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와 논의했는데 결국 책임있는 논의가 나오지 못했다”며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이 점에서 3월 임시국회에서 문재인의 의료 영리화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원희룡은 이런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을 보며 문재인 정부를 붙들고 늘어지는 게 살 길이라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법도 어겨가며 추진된 제주 영리병원 허가는 당장 취소돼야 한다.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과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원희룡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항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