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조선업 사내하청지회 김동성 지회장 인터뷰:
“하청 노동자 투쟁은 대우조선 민영화 저지에도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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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우조선 파워그라인더(일명 파워공) 하청 노동자 수백 명이 2주간 파업을 벌여 임금 인상을 쟁취했다. 지난해에는 식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벌여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최근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관련 기사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투쟁: 일감 늘었는데도 임금 떼먹는 현대중공업”)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며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김동성 지회장을 만나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과 쟁점을 들었다.
Q. 조선업 구조조정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어떤 고통을 겪었나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업체 폐업과 임금 체불이 일어났고 구조조정이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로 대우조선에서 하청 노동자 대략 2만 명 정도가 나갔다고 봅니다. 인근에 있는 삼성중공업도 1만 5000명 정도가 해고됐습니다.
임금도 많이 삭감됐습니다. 상여금이 없어졌고 성과급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물량팀(임시 계약직) 노동자들은 아예 상여금이 없고, 1차 하청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금도 본공(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만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그래서 조선소를 떠난 노동자들은 “더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인력이 모집되지 않으니까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을 많이 채용합니다. 서남지역(전라도권) 조선소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상당 규모로 있다고 합니다.
Q. 얼마 전에 파업했던 파워공 노동자들의 투쟁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파워공 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임금이었습니다. 일당이 20만 원에서 단기간에 15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힘든 노동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 “우리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퇴직금 적립 폐지도 중요한 요구였습니다. 하청 업체들이 임금에서 퇴직금을 떼서 모았다가 퇴직할 때 주는데, 문제는 1년 이하로 근무하면 못 받는 경우가 있었던 것입니다.
파워공 노동자 수백 명이 가입해 있는 SNS 소통방이 있습니다. 대다수가 일당직인 노동자들은 잦은 이직 경험 때문에 서로 연락하는 소통방입니다. 처음에 몇몇 노동자들이 불만을 말했는데 자발적으로 작업 거부 제안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 제안이 순식간에 퍼졌던 거죠. 그렇게 2월 하순 작업 거부를 한 첫날에 400명 정도가 참가한 겁니다.(전체 파워공은 700명 수준)
이 소식을 듣고 우리 하청지회 활동가들도 놀랐죠. 하청 노동자들에게 무슨 조직적 체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입소문으로 작업을 거부했다는 게 말이죠.
우리는 노동자들과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말 우연히 작업을 거부한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노동자들이 모인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그 장소 인근에서 홍보전을 했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을 모아 회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업체별 대표를 뽑고 조직을 체계화했습니다. 그리고 작업 거부를 지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후 공장 내부 홍보전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00명이 참가했고, 그다음에는 200명이 됐고 300명까지 늘었습니다. 그러자 업체별로 임금을 올려 주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수준으로 임금이 인상됐습니다.
파업 후 투쟁에 동참한 노동자가 많았던 업체에서는 사측이 터치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조직적인 힘에 어느 정도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 또 다른 투쟁도 할 수 있다는 각오도 돼 있습니다.
이 투쟁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파워공 투쟁 중에 자체적으로 싸운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사측 제시안의 차이가 너무 크니까 “우리도 집단 거부해 보자”고 했던 겁니다.
노동자들은 인근 업체 노동자들과 공동으로 이틀 동안 작업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임금을 인상했습니다. 임금 인상 수준이 높진 않고 원래 올랐어야 하는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올린 겁니다. 그 외에도 몇 개 업체에서 자발적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파워공 노동자가 가장 많이 참가한 한 업체에서는 비파워공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투쟁을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투쟁을 논의 중입니다. “우리도 한 번 해 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파워공 노동자 투쟁과 멀게는 2년 전 하청노조 설립과 투쟁, 식당 노동자들의 투쟁 등이 영향을 미쳐 이런 변화를 낳은 것 같습니다.
정규직 노조인 대우조선지회가 파워공 투쟁에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방송차를 계속 제공하는 등 지원을 했습니다.
올해 하청지회는 임금 인상 투쟁을 조직적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대우조선에 하청 업체가 100개가 넘습니다. 이 업체들에서 가능한 많은 노동자들을 모아서 임금 인상 요구를 공동으로 하자고 설득하려고 합니다.
Q. 최근 대우조선 청원경찰 노동자들이 투쟁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우조선의 협력 업체인 웰리브가 청원경찰(경비) 사업을 포기하면서, 4월 1일 노동자 수십 명 전원을 해고했습니다.
노동자들과 대화해 보니, 청원경찰은 노사관계법이 아니라 청원경찰법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해고 사유가 명확히 규정돼 있습니다. 정리해고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또, 원청이 직접 고용하게 돼 있습니다. 대우조선이 직접 고용해야 했던 겁니다.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 중 일부는 협력사 고용으로 30년 넘게 일했는데 말이죠.
전원 해고를 앞두고 위기 의식이 커진 노동자들은 하청지회에 가입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마 이렇게 청원경찰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사례는 전국에서 찾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파급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벌써 상담이 들어온 곳도 있다고 합니다.
Q. 대우조선 민영화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당분간은 일감이 있어서 현장 구조조정이 당장 시작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후 2~3년이 지나 물량을 조정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에서는 물량 때문이라도 추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위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아직 하청 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낮습니다. 다른 데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자기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민영화에 맞선 원하청 단결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와 공동 투쟁해 대규모 조직화를 하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원하청 노조 공동 요구안으로 공동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게 전제된 상태였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우리가 제시한 요구안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공동 요구안으로 받았습니다. 노조 할 권리, 임금 인상, 차별 해소가 그것이죠. 이게 정규직 노조 대의원대회에서도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최대 쟁점은 매각인데,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 자기 문제로 여겨질까 하는 겁니다. 이해할 만한 불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활을 걸고 고용 문제로 싸우는데 임금 올려 달라는 게 말이 되냐?”면서 말이죠.
그렇다고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잠정 포기하고 매각 반대 싸움으로 간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하청 노동자들의 결집이 안 될 것입니다.
임금 인상을 내거는 게 민영화 반대 분위기와 맞지 않고 집단 이기주의 같고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걸 포기하고 매각 반대 투쟁으로 가면 하청 노동자들의 힘은 제로가 될 것입니다.
임금 인상 투쟁을 하면 하청 노동자들이 결합할 수 있는 가장 큰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투쟁은 임금을 올리기 위한 투쟁이자, 동시에 하청노조 조직화를 위한 투쟁이고, 매각 반대를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조직이 돼야 매각 반대 싸움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슬로건을 ‘매각 반대 투쟁하자’고 해도 실제로 조직이 안 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임금 인상 투쟁과 매각 반대 투쟁을 같이 해야 합니다. 지금 고민 중인 계획은 하청지회가 정규직 노조와 함께 하청 노동자들에게 교육 등으로 매각 반대 투쟁을 알리는 것입니다. 흔히 하청 노동자들이 매각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본 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노조도 매각 저지 운동을 하려고 하는구나” 하며, 원하청 노동자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대응하면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하청 노조가 공동 활동을 하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