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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쟁취는 절실하다

우리 아빠는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다. 포클레인 작업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아 왔다. 어린 시절의 나는 멋도 모르고 신나서 아빠와 함께 포클레인을 탔다. 그 포클레인이 아빠 것이라고 했을 때 별 생각 없이 ‘멋져!’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사회 운동에 참가하고 나서야 아빠가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걸 알았다. 제대로 된 보호도 받지 못하고, 포클레인을 알아서 구입해야 하고, 고장이 나면 알아서 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사고가 나도 모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노동자인데도 법률상 사장으로 돼 있어서 그렇다.

지난해 하반기, 가파른 현장에서 포클레인이 갑자기 오작동을 해 계곡으로 미끄러져 고꾸라졌다. 아빠는 그 안에 타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다치지는 않았다. 아빠는 전화로 “아빠 죽을 뻔 했어!” 하며 연락이 잘 되지 않던 딸에게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의 소식을 듣고 나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아빠는 목숨을 건졌지만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사고 현장에 제대로 된 안전 장치도, 사고 예방 장치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런 기억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심장이 쿵쿵 내려앉는다.

4월 13일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서울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 2만여 명과 함께 행진해서 본집회 장소인 조계사 앞으로 들어가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미진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노동 존중을 내뱉는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2017년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현실을 폭로하며 싸운 학교 비정규직 교·강사들,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우리 아빠가 연달아 떠올랐다.

우리 아빠는 미조직 노동자다. 조직 노동자보다 미조직 노동자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세계를 바꾸기 위한 자양분을 남긴다. 이런 투쟁을 20여 년간 지켜보면서 아빠도 조금씩 왼쪽으로 왔다.

4월 13일 열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상경 집회가 변화를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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