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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현지 소식:
60만 교육 노동자 대파업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다

폴란드 교육 노동자들이 25년 만에 최대 규모로 무기한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폴란드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단체 ‘노동자 민주주의’ 활동가 안제이 제브로프스키가 현지 소식을 전한다. 

4월 1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교사 파업 지지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이번 파업의 상징인 느낌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출처 Czarek Sokolowski

4월 8일에 시작된 교육 노동자 무기한 전면 파업이 심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방식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교원노동조합(ZNP)은 파업 참가자가 60만 명을 넘는다고 추산한다. 교사들만이 아니라 급식조리원, 청소노동자, 돌봄사, 행정직 노동자들도 파업에 참가했다. 교육 부문 파업으로는 1993년 이래 최대 규모다.

쟁의를 끝내기 위한 교섭이 파행됐기에 파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중대한 전진은 파업 노동자들이 4월 16일에 바르샤바 학교간파업위원회(WMKS)를 구성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50곳이 넘는 학교 노동자들이 위원회에 참가했다.

위원회 참가자 한 명은 이렇게 전했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지나다니기도 힘들었어요. 혁명적 열기가 느껴졌죠.”

위원회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위원회는 파업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에게 4월 17일에 교육부 청사 앞 시위 참가를 호소했다.

지방 대도시들인 우치·크라쿠프·브로츠와프에도 비슷한 위원회가 생겼다.

[위원회 선언 이전에] 이미 바르샤바의 구(區) 한 곳에서 파업 노동자들이 소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다. 그 시위에 수천 명이 참가했다. [규모가 적을까] 걱정하던 사람들의 얼굴에 자신감에 찬 미소가 흘렀다.

학교뿐 아니라 보육원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참가자 압도 다수가 여성이다. 임금 인상이 파업 노동자들의 주요 요구지만, 노동자들은 다른 많은 문제에도 분노하고 있다.

절망감

폴란드 남부 도시 쳉스토호바의 초등학교 교사인 막달레나 키에르피에츠는 이렇게 말했다. “파업의 주된 취지는 절망감과 끝없는 업무에서 벗어나고 교육권을 지키는 것이에요.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달라도 함께 뭉쳤고 모두가 파업할 결의에 불타고 있어요. 제가 사는 쳉스토호바에선 모든 학교가 파업 중이에요.”

폴란드 동부 도시 라돔의 한 중등학교 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파업은 교육의 질을 지키기 위한 파업입니다. 졸속 개혁 때문에 교육의 질이 2년 동안 급격하게 나빠졌어요.

“신설된 교육과정에 따르면 [이전에는]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가르치던 내용을 8년제 초급학교에서 2년 안에 가르쳐야 해요.

“이런 교육과정 때문에 올해 고등학교 입학생 수가 두 배로 불어나요.” [기존의 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고등학교 3년 식이던 교육과정을 초급학교 8년·고등학교 3년으로 바꾸기 위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합쳤고, 이 때문에 2019년 고등학교 입학생 수가 두 배로 불어났다.]

파업의 핵심인 폴란드교원노조는 조합원이 20만 명 이상이다.

폴란드 교육 부문에서 두번째로 큰 노조는 솔리다르노시치[연대노조] 교원노조다. 1980~81년에 1000만 노동자 항쟁을 이끌었던 솔리다리노시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당시의 로고를 아직도 쓰고 있다.

그런데 불명예스럽게도 지금 솔리다리노시치 지도자들은 파업 파괴자 구실을 하고 있다.

라돔 출신 중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교사들은 전설적인 솔리다르노시치의 후계자들에 배신감을 느껴요. 솔리다르노시치는 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을 포기하고 정부 편에 섰어요.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있지만, 파업 노동자들은 파업에 공감하고 파업 노동자들을 이해하는 학생·학부모들을 많이 접하고 있어요.”

지도부의 후퇴에 반발하는 연대노조 교사들

애초 노동자들의 요구는 월급 1000즈워티[한화로 약 30만 원] 인상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합리적”으로 보이려는 그릇된 발상에서 더 적은 인상을 요구했다. 많은 교사가 여기에 반대했다.

솔리다르노시치 교원노조 위원장 리사르드 프록사는 파업 전날인 4월 7일에 정부 협상안에 조인했다. 이 안은 지금 파업자들의 요구에 훨씬 못 미치는 안으로, 인상분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프록사는 파업에 가담하는 조합원·지부들을 제명하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역사적인 이유로 솔리다르노시치 지도자들은 강경 우파 법과정의당(PiS)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프록사는 법과정의당 지역구 의원이기도 하다.

반면 솔리다르노시치 교원노조 조합원 압도 다수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솔리다르노시치 교원노조 지부 몇몇은 프록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에 동참한 솔리다르노시치 조합원들은 솔리다르노시치 로고가 박힌 파업 표식에 취소선을 그었다. 조합원 일부는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준법 파업을 하기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다. 노동자들은 전국 각지 무수히 많은 개별 학교에서부터 쟁의를 시작해야 했다. 교사들을 고립시키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의 투지가 대단히 높아 정권의 방해 시도는 부메랑으로 돌아갔다. 학교별로 파업위원회가 꾸려졌고 기층 교사들이 매우 긴밀하게 협력했다. 소속 노조가 다른 조합원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했다.

그 결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솔리다르노시치 조합원들을 비롯한 폴란드교원노조 소속이 아닌 파업 참가자들을 위한 특별 기금도 조성됐다.

정부는 사력을 다해 교사 파업을 두들기고 있다. 경찰이 학교에 쳐들어와 캐묻고 다니기도 했다. 정부는 중학교 시험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고 관련 법규까지 어겨가며 무자격 [대체] 인력까지 동원했다.

정부가 애를 태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폴란드 경제는 최근 몇 년 사이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구가했는데도 노동자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했고, 이에 격렬히 분노하고 있다.

키에르피에츠는 정부가 총선 때는 “공약을 무더기로 쏟아 놓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만사가 형통이고 온갖 이유로 보조금을 주겠다고 했죠. 그러나 우리에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부는 아무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많은 교사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4월 12일 폴란드교원노조 지도부는 회의에서 무기한 파업을 이어 가겠다고 결의했다.

바르샤바 교사이자 파업 노동자인 폴란드교원노조 조합원 아그니에시카 카레타는 이렇게 말했다. “[파업 지속 결정에] 모두들 뛸듯이 기뻐했어요. 우린 승리할 수 있습니다. 파업 노동자들은 단호합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에서는 모두가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우리는 파업을 어떻게 조직할지 매일같이 토론해요.”

교사 파업은 다른 노동자들의 파업을 고무할 수 있다. 그러길 바란다.

교사와 학교 노동자들, 보육원 노동자들은 매우 유리한 상황에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지도부가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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