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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 결과:
주류 우파는 참패했지만 극우가 부상하다

4월 28일 밤 선거 승리에 환호하는 사회당 지지자들 ⓒ스페인사회당(트위터)

4월 28일 스페인 총선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 스페인사회당(PSOE)이 승리했다. 또 이번 선거로 신생 극우 정당 ‘복스’(VOX)가 의석을 얻었고, 카탈루냐 독립 운동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 총리 페드로 산체스의 사회당은 대승을 거뒀다. 2016년 총선에서 사회당은 500만 표를 득표해 85석을 얻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득표가 750만 표로 크게 늘어 123석을 챙겼다.

2년 전 사회당 내 우파 중진들은 산체스를 당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렸다.[사퇴 1년 후 당대표로 재신임됐다.] 이후 산체스는 의회 내에서 사회당 의석을 이용해 우파 정당 국민당(PP) 집권을 저지하려 해 왔다.

2018년 6월 [국민당 소속 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가 사퇴해] 산체스는 총리 자리를 다시 빼앗았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는 반우파 정서가 두드러지게 표현됐고, 사회당 우파 중진들도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산체스가 이끄는 사회당은 우파, 심지어 극우파에도 뒷문을 열어 주고 있다. 몇 가지만 사례를 들면, 산체스는 아직도 카탈루냐 독립 운동 지도자들을 석방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산체스는 난민을 환영한다며 [스페인 해경이 난민을 구조하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그 후 [스페인 해경의] 구조선 운항을 중단시켰다.

산체스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핵심을 고수하고 있다.

포데모스

좌파 개혁주의 정당 포데모스와 공산당이 주도하는 좌파연합(IU)의 선거연합 ‘우니도스 포데모스’는 의석이 71석에서 42석으로 격감했다. 2014년 창당 때만 해도 포데모스는 좌파들에게 담대한 새 희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금 포데모스는 사실상 그저 그런 개혁주의 정당 중 하나다. 한때 “‘78년 체제’*에 맞서자”던 포데모스는 이제 헌법 수호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포데모스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선거 유세에서, 자신이 스페인 국민이라 자랑스럽다며 청소 노동자 투쟁에서 군부까지 모든 것을 찬양했다.

포데모스는 극심한 당내 긴장과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주로 “마케팅식 정치”가 낳은 상명하달식 당 운영 때문이다.

우파적 메시지와 TV에서 따 온 짧은 동영상을 트위터에 게시하는 데 집착한 지도부에게 당내 민주적 기층 조직들은 장애물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 포데모스의 핵심 목표는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유권자 다수도 같은 생각으로 투표했다. 사회당 정부가 필요하다니 사회당에 투표한 것이다.

2018년 12월 안달루시아주(州)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중도우파 정당 ‘시우다다노스’, 신생 극우 정당 ‘복스’의 우파 연합이 승리한 후, 이번 총선에서 이들이 전국으로 세를 넓힐 수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팽배했다.

보수

기성 보수 정당 국민당은 참패했다. 국민당은 2016년 총선에서 790만 표를 얻어 137석을 차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440만 표를 얻어 의석이 66석으로 줄었다. 극우를 따라함으로써 극우 부상에 대처하겠다는 국민당 신임 대표 파블로 카사도의 전략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국민당 지지 상당수가 ‘시우다다노스’로 갔다. ‘시우다다노스’는 2016년 310만 표(32석)에서 410만 표(57석)로 지지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우파 진영에서 두드러진 것은 극우 정당 ‘복스’의 부상이다. 이전까지는 존재감이 희미하던 ‘복스’는 1년 만에 지지율 10퍼센트를 넘겼다. 2013년 ‘복스’는 국민당에서 오른쪽으로 분화해 나온 정당이다.

국민당은 부패 스캔들, 카탈루냐 독립 쟁점에서 보인 무능 등으로 계속 위기를 겪으며 우파적 당원과 지지층을 ‘복스’에 뺏겼다. ‘복스’는 파시스트들을 열심히 끌어들이기도 했다.

즉 ‘복스’는 우익 포퓰리스트들과 파시스트들이 모두 속한 정당으로, 영국의 영국독립당(Ukip)이나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당(AfD)과 비슷한 당이다.

가난한 노동계급 거주지보다는 기존 국민당 표밭에서 ‘복스’ 지지가 많다. 예컨대 ‘복스’는 스페인 전체에서 1인당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두 곳에서 많이 득표했는데, 1위인 포수엘로데알라르콘에서는 19.8퍼센트를, 2위인 마하다온다에서는 18.8퍼센트를 득표했다.

‘복스’가 의석을 30~40석, 혹은 그 이상 챙길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24석을 가져간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영국의 인종차별 반대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의 카탈루냐 자매 단체인 ‘인종차별과 파시즘 반대 연합’(UCFR) 같은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을 스페인 전역에서 이어가는 것이 더한층 중요해졌다.

카탈루냐

카탈루냐 독립 쟁점 역시 계속될 것이다.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중도좌파 정당 카탈루냐공화좌파(ERC)는 카탈루냐 지역에서 25퍼센트를 득표해 사회당을 앞섰다.

카탈루냐 독립 운동이 교착 상태로 접어들면서, ERC는 운동을 확대하고 카탈루냐 독립을 사회적 쟁점과 연결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ERC는 나름의 모순과 한계가 있지만, ERC가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좋은 징조다.

극심한 탄압만 아니라면, 카탈루냐인들이 카탈루냐의 미래[독립]를 결정할 민주적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카탈루냐에서 당선한 사람들 중 몇몇은 옥중 출마했다. 이들은 [독립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르면, 사회당 의석만으로는 단독 정부를 수립할 수 없다. 사회당은 포데모스, 카탈루냐 독립 지지 정당들, 어쩌면 ‘시우다다노스’와도 연정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스페인 좌파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종차별과 극우에 맞선 단결 투쟁 건설이 절실하다.

카탈루냐 독립 문제는 스페인 진보·좌파에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스페인 좌파 대부분은 이 문제에서 [독립 지지라는] 원칙적 입장을 취할 능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포데모스의 위기는 응집력 있는 반자본주의 좌파의 성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 준다.

원칙을 견지하려 노력하면서도 굳건한 투쟁을 건설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좌파가 없다면, 스페인에서 직면한 심각한 도전에 대응할 광범한 운동을 건설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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