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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년 지나도 남아 있는 장기 투쟁 사업장 세종호텔노조 문제 해결하라

세종호텔은 지난해 민주노총이 꼽은 대표적인 장기 투쟁 사업장들 중 하나다. 그 명단에는 KTX 여승무원, 쌍용자동차, 파인텍, 콜텍 등이 있었다. 얼마 전 콜텍까지 타결되면서 세종호텔 투쟁의 향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종호텔은 서울 한복판 명동에 있는 고급 호텔이다. 세종호텔노동조합(이하 세종노조)는 김상진 전 위원장 해고 철회와 복직, 세종노조원에 대한 임금 차별 중단, 강제전보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김상진 전 위원장의 해고 철회가 특히 첨예한 쟁점이다. 김 전 위원장은 2016년에 해고됐다. 그는 임기 동안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1년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단체협약(2007년)을 체결했다. 그 덕분에 대부분의 호텔들에서 외주화와 비정규직이 확대되던 때, 세종호텔에서는 정규직이 늘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38일간의 파업을 이끌었다. 이런 점들이 사측이 김 전 위원장을 해고한 진정한 이유다.

2016년에 해고됐지만 꿋꿋하게 싸우고 있는 김상진 세종노조 전 위원장 ⓒ곽세영

세종호텔 회장이 누군지 알면, 사측이 민주노조를 끔찍이 적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주명건이 세종호텔 회장이다. 부패와 비리로 유명한 자다. 회계 부정과 횡령 등으로 2005년 대양학원(세종대학교)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뒤 2009년 7월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했다. 주명건은 친이명박계로 알려져 있다. 주명건은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했다. 세종노조 9년의 투쟁은 주명건의 복귀와 함께 시작됐다.

법원, 개혁의 무풍지대

지난해 대법원이 김 전 위원장 해고를 인정했다. 사측은 법원 판결을 내세워 복직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이 해고의 정당성을 온전히 뜻하지 않는다. 양승태 사법 농단은 법원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결정이 아니라 매우 계급 차별적인 판단을 내리고, 제 잇속을 위해 더러운 거래도 마다하지 않음을 보여 줬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법원은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전임 대법원장 양승태가 사법 거래 혐의로 구속됐지만, 이 자의 법원 영향력은 만만찮다. 그런데 양승태의 최측근 임종헌이 주명건의 사돈이다. 주명건의 사위도 민중당이 작성한 적폐 판사 47인 중 한 명이다.

이러니 법원 판결에 주명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합리적 의심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우리가 법원 판결을 최종 결정으로 존중해야 하나.

주명건조차 사법 농단과 관련해 정치적 압력이 커지자, 지난 1월 세종노조원 3명에 대한 강제 전보를 철회하고 원직으로 발령했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위해 사측이 만든 부서인 퍼블릭 관리 파트(로비와 화장실 청소)를 폐지했다. 세종노조가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사측을 압박해 부분적 승리를 거둔 것이다.

세종호텔 앞에서 열리는 정기 목요 집회 ⓒ윤성광

서비스연맹은 5월 9일 중앙위원회에서 총력 투쟁을 통한 세종 투쟁 승리를 결의했다. 5월 22일(수) 11시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3일(목) 서비스연맹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잡았다. 서비스연맹이 진지하고 실질적으로 연대 투쟁을 구축하면 세종호텔 노조원들이 새롭게 투지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비스연맹의 동원 계획에 더해 세종공투본도 연대 구축을 결의했다. 세종공투본에는 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노동조합들과 정의당, 민중당, 변혁당, 노동자연대 등 정치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세종노조의 집중 투쟁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되는 시기와 겹친다. 세종노조가 더 넓은 노동자 투쟁 속에서 연대 구축을 호소하면 지지를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교육부가 세종대학교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5월 20일∼5월 31일). 세종대정상화투쟁위원회 등이 감사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대학교 이사장 유명환은 대형 로펌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재판을 연기시키기 위한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세종노조 투쟁과 세종대학교 구성원들의 운동과 연결되면 주명건에 대항하는 운동의 지지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