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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 이후’:
정부의 알맹이(인력 확충) 없는 ‘간호사 처우 대책’을 성토하다

5월 15일 국회에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공동 주관하고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남인순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고 박선욱 간호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동희 노무사는 고 박선욱 간호사 죽음이 산재 승인을 받은 의미와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법안의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산재 승인이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병원 사업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사건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판정위가 “초과노동 등 과중한 업무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인정하지 않은 점”은 문제이며, 그러다 보니 판결 후에도 “인력 충원, 업무시간 준수, 연장수당 지급 등 사업장의 현실적인 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과 관련 투쟁의 경과를 보고하고 이후 과제를 설명했다.

지난 1월 5일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고 서지윤 간호사가 간호 행정부서로 이동한 지 18일 만에 ‘병원 사람들은 조문을 오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고 진상대책위가 꾸려졌다.

김 분회장은 “서울시의 미온적 태도와 서울의료원 측의 방해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한 마음을 풀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울의료원과 이를 관리·감독하는 서울시가 진상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진상조사 기간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날 주최 측이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시의료원, 서울시에 토론자로 나와 주길 요청했지만 이들은 나오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막으려면 구조적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최원영 간호사는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 후 정부가 발표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대책’으로는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서 제대로 실습이 이뤄지지 않고, 병원 현장에서도 신입 간호사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조적 문제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그만둔 한 간호사는 “제가 맡았던 환자는 10명이었는데, 저랑 같이 졸업한 친구들은 한 번에 환자 20~30명을 봐야 했으니까 제가 운이 좋았다”며 씁쓸해 했다. 또 다른 서울의료원 직원도 “지난해 병원은 메르스 감염자를 전문 병동에서 진료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응급실에서 진료를 봤다. 이는 감염 관리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며, 병원 노동자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하며 서울의료원의 열악한 현실을 폭로했다.

고려대병원 1년차 간호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최근에 간호사 처우 개선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병원에서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며 “수간호사로부터 폭언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간호사는 “우리 병동은 간호사 1명이 환자 12명을 봐야 한다”며 “10년 전에 간 이식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하루 정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복실에 30분~1시간 있다가 바로 병동으로 온다. 이 때 병동 간호사가 느끼는 중압감은 나머지 환자들을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선배 간호사는 “열악한 간호 현장을 바꾸기 위해 간호사들이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날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담당자들의 답변은 알맹이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들이 내놓았다가 실패한 것들을 나열만 할 뿐 실질적 문제 해결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줬다.

최원영 간호사는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현재 정부는 한 간호사가 너무 많은 환자를 보는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결국 간호 인력을 확충하는 데 드는 돈이 아까워서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최 간호사는 사망자가 나온 사업장을 ‘기획근로감독’ 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답변에는, 근로감독 이후에도 사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구체적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노동조건을 개선할 근본 대책을 내놓으라는 간호사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문재인 정부는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