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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 규탄 기자회견:
정부의 말뿐인 ‘이주민 인권·다양성 존중’ 위선을 폭로하다

ⓒ이주공동행동

5월 20일 법무부가 개최한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장 앞에서 “누구를 위한 세계인의 날인가! 법무부는 반인권 정책 중단하고 모든 이주민의 보편적 권리 보장하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경기이주공대위, 고(故)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과함께공동행동,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 이주노조, 이주인권연대(가나다 순) 등 여러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이 공동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이주민에 대한 억압과 배제를 강화하면서 생색내기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여는 법무부의 위선을 폭로했다. 그리고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등 대안 제도 도입,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 중단, 차별금지법 제정, 난민법 개악 시도 중단과 공항에 구금된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 입국 허용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2007년 제정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서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로 지정해 매년 행사를 열어 왔다. 이 날도 법무부는 ‘국민공감! 인권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고급 호텔 앞 잔디밭에서 행사를 열었고, 법무부 장관 박상기가 참석했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들로 끔찍한 고통을 겪어 왔다. 정부가 세계인의 날을 지정한 바로 그 해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로 억울하게 구금된 이주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8월에도 미얀마 건설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미등록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결국 사망했다. 국가인권위는 딴저테이 씨 추락에 단속반원들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책임자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지난 2월 법무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권고 이행 계획을 기한이 지난 지금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

참가자들은 법무부가 이주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으면서 이주민들을 위하는 척 행사를 여는 것에 분노했다. 정부는 이런 폭력적인 단속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다.

정부는 최근 다문화가족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일부 시혜적 조치가 일반 국민에 비하여 과도하여 국민 역차별이 초래된다”며서 말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서명자 수가 수십에서 수백 명에 지나지 않은 반다문화 청와대 청원들을 ‘국민 역차별이 초래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사례로 제시했다. 이번 세계인의 날 행사 제목에서 ‘국민공감’ 운운한 것은 사회 일각의 인종차별적 목소리에 ‘공감’하고 확대재생산 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가은 사무국장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은 불안한 체류자격과 사회적 편견으로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 사회복지 지원도 한국 국적 중심이라 국적 없는 이주여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실태 조사를 보면, 다문화가구의 32퍼센가 월평균 가구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축소가 아니라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복지 부족에 대한 불만을 이주민에게 떠넘기려는 비열한 이간질을 중단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장기 구금돼 있는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은 정부가 이주민을 얼마나 냉혹하게 대하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다.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 정부의 박해를 피해 이역만리 한국까지 와서 도움을 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입국을 불허하고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마저 박탈했다. 법원은 한국 정부의 이런 조처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때문에 루렌도 가족은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자녀 4명과 함께 다섯 달째 인천공항에 구금돼 있다. 루렌도 가족은 법원의 판결에 항소했다.

그런데 정부는 난민법을 개악해 난민 신청을 억제하고 난민 인정이 거부된 난민들을 더 빨리 내쫓으려 한다. 사실상의 난민 심사인 난민인정심사 회부 제도의 확대가 그 핵심 내용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난민인정심사에 불회부 된 루렌도 가족과 같은 비극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주민들의 이런 현실은 외면한 채 기만적인 행사를 여는 법무부 향해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렇게 일갈했다.

“여러 나라 대사들을 불러서 자랑할 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물어보고 들어야 한다. 대부분 이주민·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이 자신들에게 안전한 나라,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나라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주민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인종차별적 정책들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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