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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합원 통제가 강조돼야 한다

노조 간부 비리에 대한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다.

지배자들의 일부는 노조 활동에 대한 외부 ― 국가 ― 개입을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 개입이 해결책이 될 리 만무하다. 1990년대 중엽까지도 국가가 노조 간부 협박과 매수의 주요 행위자였다는 점을 떠올려 봐야 한다.

국가의 노조 개입은 친기업적 우파 노조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노무현 정부 역시 노조 간부를 매수하고 비리를 부추긴 사장들에 대해서는 거의 문제삼지 않는다.

노조 간부의 부패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국가 개입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1989년 미국 정부가 노조 개입 법안을 도입할 때가 그랬다.

당시 전미트럭운송노조(팀스터즈)는 마피아가 지배했고, 노조 개혁가들은 흔히 구타와 총격, 살해와 폭탄 테러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활동가들이 정부 개입을 일보 전진으로 여겼다.

그러나, 1997년 개혁파 지도자 론 캐어가 이끈 UPS 파업의 승리 이후 정부 개입의 진정한 의도가 드러났다. 정부가 임명한 ‘독립감사위원회’ ― 전직 CIA와 FBI 책임자가 포함된 ― 가 론 캐어의 조합비 유용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제거에 앞장선 것이다.

덕분에 우파 지도자인 제임스 P 호파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었다.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노조 내 비리 행위가 특정 계층 ― 노조 상근간부층 ― 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현실에서 비리는 대개 “노조 내부의 직위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사건”(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다.

기업주들의 매수와 회유 시도 역시 이러한 ‘직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집중돼 있다.

노조 내에서 기업주 ― 또는 정부 ― 와의 협상을 전담하는 상근간부층은 점차 보수화하는 경향이 있다. 작업장을 떠나 동료 노동자들과의 일상적 유대에서 멀어질수록 그렇다.

최근 드러난 노조 간부 비리는 1987년 대파업 이후 건설된 민주노조 내에서조차 이러한 상근간부층의 형성과 보수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이들 상근간부층의 활동과 권한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그들의 비리를 막고 노조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방안이다.

노동운동 안팎에서 노조 간부 비리 해결책으로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산별 권한 강화론’은 이 점에서 우려스럽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의 더 커다란 단결을 옹호하므로 산별 노조 건설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노총이나 서구 선진국 노동운동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현장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통제를 벗어[난] … 관료적 조직 강화”(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배규식) 그 자체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한편, 노조 내 현장조합원과 상근간부층 사이의 차이에 대한 일부 좌파들의 불명료한 이해는 노조 관료를 통제할 수 있는 현장조합원 운동과 이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에 대한 경시와 폄하로 나아갈 수 있다.

예컨대, ‘노동자의 힘’ 회원 박명선 씨처럼 “신자유주의 정책 하에서 자주성, 민주성, 전투성이 잊혀진 노조는 사실상 부패구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노동자의 힘〉 79호)는 식의 추상적 분석으로는 대안 역시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현장조합원 통제 강화를 위해 세 가지 요구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첫째, 노조 간부들은 노동자들의 평균적 임금을 받아야 한다. 둘째, 노조 간부는 모두 정기적인 ― 가급적 해마다 ― 선거를 통해 선출돼야 한다. 셋째, 모든 간부들은 즉각적인 소환과 문책(해임)이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 더 세부적인 조치들이 추가돼야 한다. 매번 협상의 전 과정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노조 회계감사 제도를 현장조합원의 통제 하에 두는 것 등이 그것이다.

노조 기금이 수익 사업에 쓰이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옳다. 스탈린주의자가 되기 전에 훌륭한 노동운동가였던 윌리엄 Z 포스터는 일찍이 1925년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노조의 수익 사업은 노동자 조직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그들[노조 지도자들]의 관심을 투쟁에서 자본가적 사업으로 전환시킨다.” 국가보조금 역시 거부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옳다.

물론, 이 모든 조치들로도 노조 관료의 배신적 행위를 자동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노조 상근간부층이 현장조합원 대중의 존재와 압력을 좀더 진중히 여기도록 때때로 상기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조합원들의 행동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