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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노동자 점거 파업 :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지만, 저력을 보여 주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이 사흘 만에 마무리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한국노총 연합노련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6월 5일 낮 국토교통부, 임대사와 협의 후 점거 파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자들은 임금 7퍼센트 인상을 비롯한 노동조건 개선과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파업이 예고되자 정부와 사용자들은 대체 인력을 모집하면서 파업을 무력화시킬 준비를 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예고한 날보다 하루 앞서 자신이 일하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쟁취한 2007년 7월 이후 12년 만에 타워크레인 점거 파업에 나선 것이다.

타워크레인 점거는 대체 인력 투입을 막아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사측인 타워크레인임대사협동조합은 파업이 일주일간 지속될 경우 손실이 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첫날부터 보수언론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언론은 “밥그릇 파업”, “1억대 연봉”, “갑질 노조”라며 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월 200만 원 정도다. 새벽·토요일 근무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등을 더하면 월 400만 원 수준이다. 최근 건설경기 후퇴로 1년 일하면 8~10개월가량 쉬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월평균 임금은 200만 원을 조금 웃돌 뿐이다.

건강과 안전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1평 남짓 좁은 조종실에서 온종일 아래를 보며 일을 하니, 허리와 목 디스크, 소화기 질병을 앓는 일이 흔하다.

타워크레인의 사고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는 물론 지상의 다른 노동자와 시민의 목숨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작업 중에 “긴장으로 머리가 쭈뼛해지고, 손에 땀을 쥐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만성 질환에 시달려도 직업병을 인정받지 못한다.

무인 타워크레인 안전 규제

보수언론은 무인 타워크레인 ‘안전 규제 강화’ 요구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안전’ 쟁점은 다루지 않은 채, ‘비조합원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무인 타워크레인은 “‘소형’이라지만, 하중 30톤 높이가 30미터를 넘어서는 대형 장비”다. “운전석에서 흔들림 등을 직접 느끼며 이상징후를 알 수 있는” 유인 타워크레인과 달리 지상에서 리모콘으로 작동하는 무인 타워크레인은 장비에 무리가 가도 알지 못할 위험이 높다.

실제로 지난 3월 은평구 건설현장의 무인 타워크레인이 넘어진 사고를 조사한 경실련은 해당 크레인이 “정격 하중인 1.5~1.58톤을 훨씬 웃도는 2.8~3.0톤가량의 콘크리트를 운반해 왔다”고 밝혔다. 최대 인양 하중(2.9톤) 수준의 운반을 거듭한 것이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사람이 탑승했다면 이런 무리한 운반을 강행하기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을 것이다.

사고가 난 장비는 승인서류에도 부품이 맞지 않다고 써 있지만, 산업안전공단은 확인 직인을 찍었다. 이처럼 정부의 허술한 관리와 안전 기준의 미비 속에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불법 개조가 성행해서 사고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최근 3년간 무인 타워크레인이 급증하면서, 집계된 사고만 30건이 벌어졌다. 올해 상반기에 일어난 8건의 사고 중 7건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무인 타워크레인을 건설 현장의 시한폭탄이라 부른다.

무인 타워크레인의 증가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잠식했다. 사용자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타워크레인 전담 기사가 아닌 형틀, 철근 등의 ‘하청업체 관리자들’로 하여금 장비를 조작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 건설 현장의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점에서 규제 강화 요구가 다른 노동자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다만, 비록 소수라도 무인 타워기사가 존재하는 만큼 이들을 고려한 요구도 포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컨대 자격 교육을 강화할 경우 재교육 비용(임금 포함)을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하거나, 교육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자격증보다 채용 후 현장교육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것 등 말이다.

물론 이런 문제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용자와 정부가 오히려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갑질”, “이기적”이란 수식어는 노동자들에게 고용 불안, 산재 위험, 저임금을 강요하며 배를 불려온 건설 사용자들에게 붙어야 마땅하다.

아쉬운 합의

노동자들은 온갖 악의적 비방에도 흔들리지 않고 타워 점거를 사흘째 지속했다.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와 사용자들이 슬며시 양보 카드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점거 파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국토부는 노사민정 협의체를 만들어 무인 타워크레인 안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임대사 측은 임금 4.5퍼센트 인상에 합의하며 기존의 ‘동결’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양대 노총 노동조합은 이를 수용하며 파업 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같은 합의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무인 타워크레인의) 지브 길이를 30미터로 제한한다는 것과 같은 구체적 내용 없이 ‘논의한다’로 두리뭉실하게 정리됐습니다. 임금 4.5퍼센트 인상도 우리가 많이 물러났다고 봅니다.”

“조합원들이 타워를 점거한 만큼, 기대도 높았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점거 파업의 효과가 막 나타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너무 서둘러 합의를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노조 지도부는 건설경기 후퇴 속에서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양보를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이번 타워크레인 점거 파업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2004년, 2007년 7월 파업 때도 전국에서 타워크레인 100여 대를 점거한 데 비해, 이번에는 양대 노총 노동자들이 2000여 대(전체 가동률의 60~70퍼센트 비중)의 타워크레인을 멈춰 세웠다. 장마철이 머지 않았기 때문에 파업이 지속될수록 공사 기한을 맞추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사용자들의 두려움은 점점 더 커졌을 것이다. 점거 파업을 며칠 더 지속했더라면, 더 많은 양보를 강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점거 파업은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서 이윤을 위협하며 싸울 수 있는 저력이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이것은 다음 투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