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민간 위탁 시도:
교육재정 확대해 제대로 국·공립화하라

정부와 민주당이 국공립 유치원의 민간 위탁을 허용하는 법안(민주당 박찬대 의원 대표 발의)을 냈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일단 철회했다.

이 법안은 유아교육과가 있는 사립대학·국립대학,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개인에게 국공립 유치원 위탁 경영을 허용하는 것이다.

5월 15일에 이 법안이 발의되자 여기저기서 항의가 빗발쳤다. 전교조와 진보적 학부모·교육 단체 등이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공립 유치원 현직·예비 교사들이 주축이 돼 “국공립 유치원 위탁경영 반대연대”(이하 ‘위탁 반대 연대’) 온라인 커뮤니티를 결성했다.

‘위탁 반대 연대’는 6월 7일 국회 인근에서 민간 위탁 법안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비가 오는데도 18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꼼수를 강력 비판했다.

국공립 유치원 민간 위탁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약속을 배신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 비중을 40퍼센트로 확충하는 계획을 애초보다 1년 당겨 2021년까지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립 유치원 비리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로 들끓던 공분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약속의 실체는 유치원을 민간에 위탁하고 간판만 “국공립”을 붙이는 꼼수에 불과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결국 한유총을 위한 법안 아니냐” 하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까닭이다.

이 정부의 조삼모사식 개혁 배신 목록에 또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재정 확충

교육부는 “전문성이 담보된 대학으로 위탁 경영을 한정”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위탁 반대 연대’가 지적했듯이, 사립대학의 비리와 병폐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위탁 유치원의 투명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사립 유치원 비리 폭로에 앞장선 ‘정치하는 엄마들’도 성명서에서 “자유한국당이 발의할 법한 법안을 집권 여당이 내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미 민간 위탁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부실 급식, 열악한 교육 환경, 부당 노동행위 등 많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민간 업체들의 특성상 돈벌이에 눈이 멀어 보육의 질 개선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정부의 민간 위탁 시도는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겠다고 내세우고는 싶지만 보육 예산은 확충할 생각이 없기에 나타나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 감시만 조금 늘리는 방법으로는 사립 유치원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민간 위탁 허용 법안은 일단 철회됐지만,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최근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유사한 꼼수를 시도할 수 있다.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질 좋은 유아 교육을 제공하려면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교사 수를 대폭 확충하고 보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단결

한편, ‘위탁 반대 연대’ 일각에서는 국공립으로 전환되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기존 교사들을 국공립 교사로 전환 채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고, “임용고시를 무력화”해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이런 주장에는 민간 위탁 허용 방안 때문에 국공립 유치원 교사 선발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이미 2019년 국공립 유치원 교사 신규 임용 수를 지난해의 70퍼센트 수준으로 줄였는데, 민간 위탁이 허용되면 국공립 교사 임용 규모는 더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사립 교사의 국공립 유치원 채용을 반대하는 요구는 국공립·예비 교사와 사립 교사들이 단결하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로 최근 교육청들이 사립 유치원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사립 유치원 교사들을 해고하고 있다. 교육청들이 올해 목표로 한 40곳을 매입할 경우 사립 교사들 최소 800명이 해고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공립·예비 교사와 사립 교사들이 분열한다면 정부는 이런 분열을 이용해 민간 위탁 방안을 다시 추진하려 할 수 있다.

국공립 유치원 일자리 부족은 사립 유치원 교사가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교육 예산을 늘리지 않고 교사를 적게 뽑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임용 시험이 교사의 전문성을 측정하는 ‘공정한’ 기준도 아니다.

교육 예산과 교사 대폭 확충을 요구하며 사립과 국공립 유치원 교사, 그리고 예비 교사들이 단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고용 보장과 국공립 유치원 교사 임용 확대를 함께 요구하며 정부가 보육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라고 요구해야 한다. 교사 대비 아동 수를 낮춰야 양질의 보육을 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