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하루 만이다. 3월 말 4월 초 노동개악 저지 국회 항의 투쟁을 폭력적으로 지휘하고 실행했다는 이유다.
노동개악이 급하다고 요구한 재벌 회장 출신 박용만은 17일 국회에서 환대받고, 국회가 수백만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것에 항의한 민주노총 위원장에게는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검·경의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악을 강행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다. 집행부에 집중되는 공격은 노동개악 저지 투쟁 건설에 대한 발목 잡기이자 경고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려다가 실패한 것에 대한 보복이기도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3월 말 4월 초 국회 항의 투쟁 직후부터 경찰청은 폭력 시위 주동자를 색출하겠다며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전담반을 꾸리고 수사를 해 왔다.
그 결과, 경찰은 국회 진입 건으로 6명, 자한당 당대회에서 5·18 망언 항의를 한 일로 3명(민주노총 부위원장 포함) 등 총 9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9건 모두 검찰이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고, 이 중 민주노총 집행간부 3명이 구속됐다. 국회 앞 항의 집회를 실무적으로 준비·집행했다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 ‘폭력 시위’를 지휘하고 실행한 혐의로 민주노총 위원장에게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투쟁 건설에 매진해야 할 민주노총 집행부에게 구속영장을 남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간부들의 발목을 잡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이는 내부의 좌파적 비판을 봉쇄하는 효과도 낸다.)
검찰과 경찰이 우익적 권력기관이고 가끔 민주당 정부와 갈등하기도 하지만, 이 기관들은 산 권력의 개라고 불리는 집단이고 특히 이 정부 하에서 경찰, 검찰 모두 별 문제 없이 유착해 왔음을 봐야 한다.
문재인은 그동안 노동개악 강행 등 진보 개혁 약속을 뒤집으면서 지지층을 잃어 왔다.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우파와 투쟁하면서도 사용자들의 노동개악 요구에는 순응해 왔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우파들은 노동자 투쟁이 문재인 정부의 대책 없는 포퓰리즘과 노동존중 기조 탓이라고 공격해 왔다.
가령 황교안은 최근 최저임금과 민주노총을 한국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하며 문재인에게 “피아 식별”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중소기업 사용자 단체들의 절실한 요구라며 “최저임금 동결로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헤럴드 경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7월 초 공동 파업 예고를 보도하면서 제목을 “이번엔 아이들 끼니가 볼모…文정부 밀려드는 ‘촛불청구서’”로, 기사 첫 문장은 “또 파업이다”로 뽑았다.
표현들만 봐도, 우파의 공세가 사회적 세력균형을 촛불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우파들의 압력에 문재인이 맞장구를 치는 것은 민주노총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재인과의 충돌을 피하고서는 우파와 맞설 수도, 개혁을 성취할 수도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문재인의 탄압에 맞서는 가장 좋은 길은 그들이 탄압을 해서 막고 싶어 하는 파업들을 대대적으로 성사시키는 일일 것이다. 민주노총 김명환 지도부는 더는 검·경의 수사에 협조하지 말고 일관되고 단호한 대정부 투쟁 의지를 실천으로 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