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관훼리 노동자들:
“안전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 때문에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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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전국공공운수노조 부관훼리지부가 선박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월 15일 부산과 시모노세키항을 오가는 한일여객선 ‘성희호’가 정박 중 엔진 점검 테스트를 하던 중 엔진 과열로 멈춰선 일이 벌어졌다. 운항 중이었다면 불이 나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었다.
성희호는 매일 500여 명의 승객과 화물을 싣고 운항하는 국제여객선이다. 이 배는 1969년 운항 허가를 받은 부관훼리와 일본기업 관부훼리가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최대 주주는 일본기업 라이토프로그레스다.
사고는 협력업체에서 수리한 엔진을 테스트하는 날 일어났는데 엔진에 윤활유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채 메인 엔진이 7분 동안 가동됐고 자동 정지 장치도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엔진 점검 책임자인 기관장은 개인적인 일정을 이유로 담당 사관도 아닌 일기사 B (일기사 A는 휴가 중이었음)에게 검사를 맡기고 하선했다. 기관사는 엔진 이상 알람을 감지하지 못했고 결국 협력업체 직원이 와서 멈춰 세웠다.
부관훼리 경영진은 그동안 수익성과 효율성만 앞세우고 선박 안전은 뒷전으로 미뤄왔다.
4년 전 일본 대주주가 임명한 부사장 차순관은 취임 후 줄곧 수익성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쥐어짰고 안전을 뒷전으로 여겼다.
선박안전과 직결된 책임자에게도 선내 자판기와 게임기 같은 수익사업을 떠맡기기도 했다. 원래 부관서비스(자회사) 직원이 해야 하는 일인데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관리 책임자에게 떠맡긴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선박안전관리 책임자는 사측이 선박안전과 관련한 업무 보고를 수시로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9월 포켓벙커 보유 점검(선박의 복원력에 영향을 끼치는 잔류량), 기관실 보급품 및 자료관리 소홀, 근무시간 허위작성 등 기관장의 근무 태만 행태를 문서로 사측에 보고했지만 묵살당했다.
세월호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안전관리 책임자의 자격을 엄격하게 다루는 한편 권한을 강화했다. 그런데 부관훼리 경영진은 이를 무시했다. 오히려 사측은 문제의 기관장과 재계약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책임자를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런 일을 관리·감독하지도 않았다.
“경영진은 ‘선박안전 의무교육’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 회사는 기계가 노후화돼서 [사고가]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박 사고의 90퍼센트 이상은 인재입니다. 설사 기계가 노후화돼서 일어난 문제더라도 그것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합니다.”(선박안전관리 책임자)
강회숙 부관훼리지부장은 사측을 규탄했다.
“부사장은 사고 이후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선박안전관리 책임자의 보고를 보면 경영진이 선박 안전과 직결되는 포켓벙커 보고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보고를 수시로 묵살하고 사고 발생 후에도 출장을 핑계로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선박에 안전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리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조차 다른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등 개선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조합원들이 선박 사고에 대한 사측의 무능과 무책임을 좌시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큽니다. 선박사고 대처 문제를 제2의 세월호 사고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부관훼리 ‘여객과’ 노동자들도 일상적인 업무 과부화에 시달렸다. 여객과는 기본적인 수속과 예약 발권 등의 업무로 안 그래도 일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차순관은 취임 이후 여객과에 마케팅 업무를 추가했다. 홈페이지 개설을 강화하면서 여행 상품 개발에 압박을 가하고 노동자들은 1:1 고객 상담도 하면서 많은 업무량에 지쳐갔다.
신입 직원은 오래 못 버티고 금방 퇴사했다. 화물 영업 중 하나인 복합운송사업인 포워더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영혼이 탈곡 될” 정도로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노조는 선박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해사팀 업무 독립성과 결정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선박 사고의 모든 책임을 지고 부사장이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의 이윤 몰이는 승객의 안전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부관훼리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