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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계급 체제 들여다보기

계급은 미국의 치부다. 계급은 미국이라는 무한한 기회의 땅에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체제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계급 현실을 은폐했던지 2000년의 한 여론조사에서 39퍼센트의 미국인이 자신이 가장 부유한 1퍼센트거나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주류 언론은 이런 믿음이 완전한 착각이라는 사실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따라서 〈뉴욕타임스〉가 ‘계급이 중요하다’는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보통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신문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내 개인적 견해로 〈뉴욕타임스〉는 조심스럽게 중도의 길을 걷는 신문이다. 따라서 〈뉴욕타임스〉 계급 시리즈의 서두에서 자니 스콧과 데이비드 레온하트가 계급이 미국인의 삶에서 여전히 중요하다고 인정한 것은 더더욱 놀랍다.

지난 30년 동안, 계급은 많은 점에서 작은 구실이 아니라 점점 더 커다란 구실을 해 왔다.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학업 성취는 계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은 갈수록 인종적으로 통합되고 있지만, 부자들은 자신들을 점점 더 격리시키고 있다. 의료에서 엄청난 진보가 있었지만, 건강과 수명에서 계급 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재 중 가장 탁월했던 기사는 심장마비가 세 사람(부유한 건축가, 화이트칼라 노동자, 이주노동자 파출부)에게 미친 서로 다른 영향에 관한 것이었다. 부유한 건축가는 심장마비 이후 건강이 더 좋아졌다. 호화 의료보험과 가족의 지원 덕분에 그는 건강에 이로운 새로운 생활양식을 택했을 뿐 아니라, 두둑한 돈을 받고 조기 퇴직했다.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심장마비는 퇴보였고, 그는 퇴직을 간절히 바라게 됐다. 반면, 파출부의 심장은 심하게 손상됐고, 그녀는 의료 비용으로 고통받으면서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별로 가망이 없어 보인다.

스콧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에서 계급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의 상층 중간계급은 중간계급보다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다. 중간계급은 계급의 바닥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다. 그리고 건강의 사회적 요인을 연구해온 사람들은 이런 간격이 더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크리스 레먼이 지적했듯이, 스콧의 글은 시리즈의 다른 글들처럼 빈자의 고통이 경제적 불이익 때문인지 아니면 빈자 자신의 행동 때문인지에 대해 애매하다.

이것은 계급에 대한 주류적 관점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주류적 관점은 계급을 소득, 교육, 부, 문화와 생활양식이 합해진 것으로 본다. 계급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피상적인 것과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계급은 생산수단과 해당 개인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시리즈에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용할 만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이 시리즈는 최상층 부자들이 어떻게 나머지를 앞서가는지 보여 준다. 일례로, 2002년에 최상위 0.1퍼센트의 연평균 소득은 3백만 달러[약 30억 원]였다. 이것은 같은 집단의 1980년 소득의 2배 반이 넘는 것이다. 이 집단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에 두 배로 늘어 7.4퍼센트가 됐다. 최상위 1퍼센트 가구의 납세후 소득은 1979년부터 2001년까지 139퍼센트가 증가했지만, 중간 20퍼센트 가구의 소득은 겨우 17퍼센트, 최하 20퍼센트 가구는 9퍼센트 상승했을 뿐이다.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이 지적했듯이, 최상층 부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일어난 미국 경제의 현저한 변모에서 최대 승자였다. 

그들의 우월한 지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부자의 생활양식을 동경하게 됐다. 시리즈 중의 한 기사는 어떻게 상대적으로 가난한 가구들이 부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치재를 사기 위해 빚을 지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여러 연구들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사회 이동성(출생시 사회적 지위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로 이동할 기회)이 실제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부자들은 단지 부를 더 늘렸을 뿐 아니라, 자기 뒤로 문을 닫았다. 그렇다. 계급은 정말로 중요하다.

번역 김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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