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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상품이 아니다

“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국제 노동조합 대회’가 6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특히 23일에는 공무원노조가 주최하는 아태지역의 물 사유화 현황과 투쟁계획을 공유하고 노동자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물사유화 저지 워크숍’이 열린다.

현재 한국은 논산시 상수도가 30년간 수자원공사에 민간위탁됐고, 전국 24개 지방 상수도가 수자원공사에 공사화됐거나 기초 작업이 진행중이다. 서울시도 암사정수장에 이어 7월 1일부터 서울시 6개 정수장 전 사업소 오니처리장을 민간위탁한다고 밝혔다.

행자부와 환경부, 자치단체들은 ‘비효율’과 ‘적자운영’ 때문에 공사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무원노동자들은 수도 행정의 폐쇄성과 관료주의가 적자와 비효율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전국 정수장 가운데 직원이 1명뿐인 정수장은 87곳이고, 2명인 곳은 1백10곳에 이를 만큼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 전체 정수장의 절반이 넘는 3백65곳에는 기술직이나 연구직 직원이 전혀 없고(상수도 통계 2003. 환경부), IMF 이후 기능직 인원을 계속 줄여 왔다.

민영화는 곧바로 요금인상과 수질악화로 직결된다.

1989∼1995년 프랑스는 150퍼센트, 1989∼1995년 잉글랜드는 106퍼센트로 수도요금이 인상됐고, 인도는 평균 소득의 25퍼센트, 볼리비아 코차밤바시의 주민들은 최저임금의 5분의 1을 물 값으로 지불해야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원수(정수장으로 공급되는 자연 상태의 물)를 공급하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최근 6년 간 매년 평균 16.8퍼센트의 요금 인상을 요구해 왔다.

현재 전 세계에서 11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시장이 물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 사유화는 ‘필요한 사람’이 아닌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을 뜻할 뿐이다.

오랫 동안 전 세계의 민중은 다국적 기업과 물 사유화에 맞서 투쟁해 왔다.

특히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시 주민들의 물 사유화 철회 투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같은 해 프랑스 그르노블에서는 스에즈의 자회사인 리요네즈데조가 물을 운영하는 것에 반대해 10년 동안 투쟁하면서 상·하수도 사업을 공적 관리체계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2002년 마산 칠서정수장에 대한 민간위탁 시도가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의 투쟁으로 좌절됐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워크숍에 이어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담 시기에 맞춰 ‘아태지역 반 사유화 노동조합대회’ 개최를 준비하며 반세계화 투쟁으로 확대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신미정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홍보선전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