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이주노동자 사망에도 인권위 권고 불수용:
“단속으로 이주노동자 사망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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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미얀마 건설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대책위가 꾸려져 진상 규명과 단속추방 중단을 요구해 왔다.
그 결과 올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딴저테이 씨 추락에 단속반원들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법무부가 단속 책임자를 징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권고 내용에 단속 중단이 포함되지 않은 한계가 있지만, 단속으로 인한 사망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보면 권고 내용은 정말이지 최소한의 조처였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는 이조차 대부분 수용하지 않겠다고 인권위에 답변을 보냈다. 책임자 징계, 인명사고 위험 예상 시 단속 중지, 단속과정 영상녹화 의무화 등 단속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권고는 모두 ‘불수용’했다. 법무부는 단속반원 인권교육 강화 등 실효성이 낮은 것만 일부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에 7월 17일 ‘살인 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를 규탄하고 청와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가 죽든 다치든 개의치 않고 계속 단속을 하겠다는 법무부의 태도에 크게 분노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딴저테이 씨가 단속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동료 미얀마 건설노동자 난우 씨의 메시지가 낭독됐다. 그는 미등록 신분이면서도 사건 초기 규탄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인권위의 직권조사 과정에서도 증언을 하는 등 적극 나선 바 있다.
난우 씨는 법무부의 인권위 권고 불수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미등록 노동자에게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무부에 ‘불법사람들’ 잡으러 가라[고 요구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2017년에 하루 17만 원 정도 급여를 받으며 하던 일을 지금 13만 원 정도 받고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내려고만 하지 말고 어떤 게 어려운지 잘 [살펴]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불쌍하니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며칠 전 그는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얀마로 돌아갔다. 그는 메시지에서 “제가 한국을 떠나는 것은 제 친구 딴저테이 때문이 큽니다. 사고가 일어났던 1년 전에는 제대로 잠도 못 잤습니다” 하고 말했다. 단속이 얼마나 큰 고통을 낳는지 보여 준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도 “미등록 노동자도 살 권리가 있고 한국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와서 피땀 흘리며 노동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한국 사회가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대우는 이런 것이다. [딴저테이 사망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합법화를 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가은 사무국장은 “적법 절차를 밟았으니 너 죽어도 난 책임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법무부를 규탄했다.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 단속이 이주여성에게 어떤 고통을 낳는지 폭로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남편에게 종속되게 만든 체류권, 폭력 피해 입고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 법과 제도가 있다. 폭력을 당해도 남편이 잘못해서 이혼했다는 걸 이주여성들이 100퍼센트 입증해야 체류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미등록 이주여성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살인적인 단속추방은 중단돼야 [한다.]”
정부는 이주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당장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해야 한다.
고(故) 딴저테이 씨 동료가 말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저는 딴저테이 씨가 사고가 난 건설[현장]에 같이 일했던 난우입니다. 곧 한국을 떠납니다.
법무부에서 제 친구에게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결과를 보았습니다. 마음이 매우 안 좋습니다.
제 친구가 왜 떨어졌는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모릅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는 것은 제 친구 딴저테이[가 사망한 사건] 때문이 큽니다.
사고가 일어났던 1년 전에는 제대로 잠도 못 잤습니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었는데 [의사가] 심장이 커져 있다며 저한테 술을 많이 마셨느냐고 물어 봤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우리 같은 미등록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해도 우리 뒤에서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법무부에게 불법사람들 잡으러 가라[고 요구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2017년에 하루 17만 원 정도 급여로 받으며 하던 일을 지금 13만 원 정도 받으며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나쁜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언젠가는 집으로 가는 것을 꿈꿉니다. 하지만 우리 뒤에 지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 달에 15일 정도는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잡니다.
한국은 미얀마보다 20배 정도 더 잘사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한테 왜 불법이 되느냐고 물어 본다면, 현재 4년 10개월이 끝나고 미얀마로 돌아가면 그중 거의 10퍼센트 정도의 사람들만 한국에 올 수 있고 40세가 넘어가면 올 수 없습니다.* 처음 2년은 한국 문화, 법, 말을 몰라서 실수도 많이 합니다. 5년 정도 되면 그때서야 한국에 적응하고 경험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그렇게 적응하고 경험한 것을 다 버리고 미얀마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나쁜 일 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가 왜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쉽게 버리려고 하는 것인지 오히려 물어 보고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 한국 사회가 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법을 모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로 한국에 다시 오는 그 10퍼센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사업장도 바꾸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게 됩니다. 그 사람들 3년 일해서 버는 돈을 미등록이 되면 1년이면 벌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에서 문제가 생겨도 정부에서 도와주는 거 없습니다. 전국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노동상담소에는 미얀마 통역인이 거의 없어서 통역인이 있는 곳은 한 사람이 하루에 100명 정도 연락을 받게 됩니다. 제대로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퇴직금, 연차[수당] 다 받아야 하는데 연차는 빼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장님 때문에 불법이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 친구는 농장에서 일하는데 아침 여섯 시에서 저녁 여섯 시까지 일하고 160만 원을 받습니다. 한 달에 한 번만 쉽니다. 손 관절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사장님한테 돈 올려 달라고 하면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고 합니다. 고용센터에 도와 달라고 가도 말도 못해서 그냥 가라고 쫓아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법이 됩니다.
법무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내려고만 하지 말고 어떤 게 어려운지 잘 [살펴]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불쌍하니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저의 얘기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7월13일난우
*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4년 10개월 체류기간 동안 직장을 변경하지 않고 사업주의 동의를 얻으면, 출국 3개월 후 다시 입국해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40세 미만으로 연령을 제한함). 그만큼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며 사업주의 요구에 따라 묵묵히 일해 왔음을 뜻한다. 숙련이 쌓인 이주노동자를 더 오래 사용하면서도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도록 강요하려는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