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
정부와 도로공사는 1500명 전원 직접고용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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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오전 10시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68명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줬다. 도로공사가 불법파견을 했고 노동자들은 도로공사 직원임을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그간 노동자들이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시했다.
노동자들이 그간 도로공사의 업무를 해 왔다는 명백한 사실을 법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다. 무려 7년의 간절한 기다림 끝에 나온 판결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이 60일 넘게 청와대 앞에서 호소하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 민주일반연맹의 지적처럼 “노동부는 정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도로공사 측과 한통속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정부의 잘못된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도로공사 측이 불법파견으로 인한 직접고용 책임을 지지 않고, 자회사 전환 꼼수를 부릴 수 있게 만들어 줬다. 국토부, 기재부, 노동부는 이런 꼼수 자회사 설립을 신속히 허가해 줬다. 이번 판결을 봐도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번 판결 대상자인 한 노동자는 “수능 전날”처럼 떨려서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판결이 나오자마자 노동자들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저기서 “나 이겼어” 하며 전화 통화로 기쁜 소식을 전하기 바빴다.
마침 억수 같은 장대비가 몰아쳤는데도 노동자들은 “우리의 눈물이다”, “축하의 샴페인이다”라며 즐거워했다.
7월 1일 자로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500명이 대량 해고된 후,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과 서울 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노숙 농성을 했다. 대부분 여성이고 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폭염과 폭우를 온몸으로 견디며 두 달 가까이 투쟁해 왔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농성장에는 후원금, 물품, 지지 방문 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도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하며 사회적으로 쟁점화한 효과였을 것이다.
그간 도로공사는 1, 2심에서 불법파견 판정이 났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봐야 한다며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수용을 강요했다. 도로공사가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동안 사측의 압박과 회유 때문에 자회사로 가거나 퇴직한 노동자도 적잖다.
대법원 판결 이후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 직원으로 의제되거나 한국도로공사에 채용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정한 것을 보면, 소송 당사자들에 대해서만 직접 고용할 심산인 것이다.
사실 이런 입장은 그간 도로공사가 고수해 온 입장을 고스란히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거부해 해고된 1500명 중 대법원 판결 대상자 300여 명만 직접고용 하고 그조차 수납업무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해고된 1500명은 모두 똑같은 조건에서 도로공사 업무를 수행해 왔다. 300여 명이 아니라 해고자 전원이 직접고용 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1500명 전부 직접고용 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청와대 앞 집회에서 구경숙 인천일반노조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도로공사가 300명 외에 나머지도 전부 직접고용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투쟁으로 법원 판결을 앞당겼듯이 전면적인 투쟁으로 1500명 직접고용을 쟁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이 맞다.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여부는 대법원 판결이 보장해 주지 않는다. 대법원 승소를 기회로 삼아 노동자들이 투쟁을 지속하고 확대해 갈 때 정부와 도로공사를 압박해 전원 직접고용을 쟁취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추석 명절 전까지 직접고용 하라”며 청와대 앞 농성을 계속한다.
8월 31일 톨게이트 직접고용을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비롯해 이어질 투쟁에 많은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