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향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 인터뷰:
“우릴 10년 넘게 거저 부린 도로공사 …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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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는 불법파견 판결(1, 2심)을 받은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긴커녕 자회사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 1500명을 해고해 버렸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7월 1일부터 서울요금소 고공농성과 청와대 앞 노숙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7월 5일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1500명 해고 이후, 서울요금소와 청와대 앞에서 농성하고 계십니다. 톨게이트 진입로 연좌 농성도 벌였는데요.
뉴스에는 [톨게이트 연좌 농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없어요.
경찰은 저희가 [서울요금소 고공농성자들에게] 올려 보낸 음식을 확인하겠다면서 헤집어 놔 먹을 수 없게 했습니다. 그 전날에는 도로공사 직원이 몰래 영상을 찍고 지나가면서 비아냥거렸어요. 시정하라고 해도 안 되고 사과조차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조합원 몇 명이 차로로 뛰어들면서 [연좌 농성이] 시작된 거예요.
[조합원 대부분이] 투쟁을 안 해 봤어요. 우리 서산영업소는 5년 전에 해고되면서 좀 싸워 봤지만 다른 분들은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면서 1년 전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직접고용으로 가기 위해서 노동조합이 없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노사전문가협의회가 꾸려질 때 노측 대표가 6명, 도로공사 사측 대표가 6명이었고 민주노총 대표는 저 하나 들어갔거든요. 제가 자회사에 반대해서 끝까지 서명 안 한 노동자 대표예요.
어떻게 보면 전문가들이 노측 성향보다는 사측 성향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분들도 서명을 못 했어요.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은 1심과 2심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 이겼기 때문에 [자회사 전환은] 불합리하다고 본 거죠.
원래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는 노·사·전문가가 모두 합의해야 해요. 다수결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다수결로 한다 그랬으면 저흰 안 들어갔어요. 지난해 9월 5일 합의하는 자리에서 전원 서명에 이르지 못했어요. 그런데 도로공사는 합의됐다고 우기면서 우리를 자회사로 몰고 있는 거예요.
자회사로 안 가면 12월 마지막날 해고하겠다는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사측이 자회사 전환] 서명을 강행하는데 [막을] 방법이 없는 거예요. 외주사 사장들은 같은 톨게이트에 있는 노동자끼리도 정보 공유를 못 하게 해요. 알려낼 방법이 없어서, 지난해 추석 연휴 전에 민주당에 면담하러 갔다가 당사를 점거하고 단식 농성까지 들어갔던 거예요.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납원들이 서명을 많이 안 했어요. “쟤는 왜 굶어? 자회사 좋다는데” 이랬던 분들이 전화도 많이 하고 노동조합이라는 걸 안 거예요. “아, 민주노총이라는 게 있는데 저렇게 하는구나” 하고요.
저희는 단식하면서도 계속 자료를 만들고 전국 수납원들에게 팩스로 보냈어요. 사무실에서 용케 받는 분도 있지만 대체로는 사측이 찢어 버려요. 그럼 알릴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도 상황을 잘 몰라서 자회사 가신 분이 있어요.
6월에 전국에서 200여 명이 우선 해고됐어요. 그때 저희는 수납원들이 많이 흔들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흔들리지 않았어요.
여기 나와 있는 분들은 다 해고되는 사람들이잖아요. 이분들 중에는 정년 1~2년 앞둔 분이나 올해가 정년인 분도 계세요. 그 이유가 뭐겠어요?
우리는 이전에는 도로공사 직원이었어요. 도로공사 이름으로 받은 월급 봉투를 갖고 계신 분도 있더라고요. 그랬던 분들이 IMF 터지면서 구조조정 1순위가 된 거예요. 외주사로 변경되면서 외주사 사장이 해고시키고, 하이패스가 생기면서 해고시키고.
임금을 많이 받으려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사측은 자회사로 가면 임금을 30퍼센트 올려 준다고 해요. 임금으로 꼬시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수납원들 중에 임금 때문에 [자회사로] 간 경우는 극소수예요.
자회사에 반대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사측은] 직접고용되는 사람에겐 수납 업무를 안 주겠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 중에는 수납원 업무밖에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몸이 불편하신 분이 많아요, 진짜.
자회사 전환 5일 전인 6월 25일, 자회사를 선택한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했어요. 그 내용이 뭔지 아세요? ‘직접고용되는 사람들한테도 수납 업무를 줄 거였으면 우리가 왜 자회사를 선택했겠느냐’는 거였어요. 그 집회를 보고 확신했어요. [직접고용하면] 수납 업무 안 준다는 걸 믿었구나 하고요.
저희는 수납 업무를 해 왔고 수납 업무로 지위 소송을 했어요. 도로공사는 저희가 수납 업무로 지위 소송한 게 아니라 [도로공사] 조무원으로 했다고 주장해요. 사실은 재판할 때 변호사가 도로공사 직군 중에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고졸에 다른 경력 필요 없고 단순한 일을 찾다 보니 조무원 얘기가 나온 거예요. 그 임금에 맞춰서 임금 소송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도로공사가 ‘너희들, 조무원 하겠다고 소송한 거잖아’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저희가 조무원을 하겠다고 소송을 하겠냐고요.
도로공사는 갑 중의 갑이에요. 영업소마다 외주사 사장이 있잖아요. 이 외주사 사장도 도로공사가 시키는 걸 해야 하잖아요. 계약 연장 문제도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도로공사는 외주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걸 다 얻어 가요.
사측은 [수납원들의 통행료 미납 처리] 실적을 놓고 영업소마다 등수를 매겨요. 친절도 평가 모니터링도 해요. 여기서 실수해서 점수가 깎여 해고된 사람도 있어요. 취업규칙에도 모니터링 점수가 나쁘면 해고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어떤 영업소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전국에 톨게이트가 대략 350~360곳 있어요. 그중 대여섯곳씩 뭉쳐서 한 지사가 관리해요. 그러면 외주사 사장이 지사 비위를 맞추려고 회식을 하는데, 그 자리에 [여성] 수납원을 부르는 일도 있어요. 이때 성추행이 벌어지기도 해요. 온갖 일들이 다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험도 안 봤으면서, 월급 얼마나 많이 받아 먹으려고 정규직화 요구하냐’고 하는데 지금 저희는 최저임금 겨우 받고 있어요. 노동조합을 하기 전엔 최저임금을 안 넘는 사업장도 많았어요. 그땐 몰라서 고발을 못 했어요. 사측은 기본급에 교통비, 식대를 넣는 꼼수를 부려서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소돼 있어요. 이런 문제가 자회사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거예요.
도로공사 사측은 ‘스마트톨링[기계화]을 도입하면 필요한 인원은 많아 봐야 2000명이다. 6500명 다 직접고용 못 한다’ 이랬거든요. 근데 자회사를 만들면서는 뭐라는 줄 알아요? 스마트톨링 안 할 거래요. 사실 시스템은 이미 구축돼 있어요. [수납원은] 없어질 거예요. 아마도 자회사로 전환해 놔야 해고하기 편하다는 계산이겠죠.
도로공사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보면, 자회사를 다 매각하거나 민간으로 넘겼어요. 톨게이트에서도 기계를 고치고 관리하는 DB정보통신[고속도로정보통신㈜] 사람들을 다 민간으로 넘겨 버렸어요. 자기네들이 직접 [업무] 명령을 하면서도요. 하이플러스카드도 자회사였는데 매각해 버렸잖아요. 우리는 이미 봐 왔기 때문에 자회사로 안 간다는 거예요.
[용역회사에는] 1년이나 6개월, 때로는 한 달짜리 계약도 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되겠어요. 김치까지 해다 바쳤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도로공사는 외주사와 계약할 때 감원 [지침]을 내려요. 그러면 외주사 사장은 노동자들을 그만큼 잘라야 돼요. 돈이 안 내려오는데 무슨 수로 노동자들을 데려 가요. 근로계약서에 도로공사의 감원 지침이 있을 때는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도로공사는 손 안 대고 인원을 계속 감축할 수 있는 거예요.
스마트톨링이 아니라고 해도 하이패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수납원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거예요. 제가 일하는 곳도 [하이패스가 늘면서] 요금소가 두 개만 남았어요.
도로공사는 정리해고로 가는 수순으로 자회사를 선택한 거예요. 자회사 전환은 지금 안 자를 뿐, 좀 이따 자르겠다는 것에 불과해요.
저는 정규직 전환 협의 대표로 들어가서 ‘3년이든 4년이든 [자회사에서] 해고되면 남은 정년까지 도로공사가 책임진다고 각서를 써 줘라, 그럼 가겠다’고 했어요. 근데 각서를 안 써 줘요.
그렇게 못 할 거면, 자회사를 안정적으로 만들라는 요구도 했어요. 수납 업무 관리하는 본사 건물이나 자산까지 다 넘어 와야 된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수납원 인원만 넘어 가요. 도로공사 직원은 안 넘어 가요. 결국 수납원만 덩그러니 남겨 놓는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직접고용 기간제 조무원으로 고용하겠다고도 말합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기간제는 2년 안에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되면] 해고되잖아요.
또, 대법원에 재판이 걸려 있는 사람은 전체 수납원의 15퍼센트도 안 돼요. 700명 정도에요. 민주노총 조합원 600명 중에는 30명밖에 안 돼요. 그럼 나머지는요?
자회사로 가신 분들은 ‘대법원에서 승소해도 당신들 지위는 자회사에 있다’ 하고 서명하고 갔어요. 이거 문제 있거든요.
도로공사는 여전히 자회사 [이적 신청을] 받고 있어요. 그러면서 1500명이 해고된 자리에 3개월짜리, 6개월짜리 자회사 기간제를 뽑았어요. 3개월, 6개월 정도면 우리가 지칠 거라고 보는 거죠.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고, 1, 2심만 보더라도 소송하지 않는 수납원까지 지금 다 직접고용해야 합니다.
청와대는 뻔히 예상되는 대량 해고를 방관했고, 도로공사와 같은 입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 청와대 측을 만났는데,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인간이 1500명 해고에 대해 ‘해고는 본인들이 선택’한 거라고 말했어요. 미친 거죠. 그날 [청와대 비서관에게] 문자로 항의하니까 다음 날 ‘제가 조금 말 실수한 것 같다’는 식으로 사과했어요.
지금 정부 입장은 도로공사랑 얘기해서 해결하라는 거예요. 근데 그게 가능했으면 우리가 여기까지 왔겠어요?
정부가 와서 ‘해결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말이라도 하면 위로가 될 텐데 그러긴커녕 우리 탓이라니. 어떤 노동자가 해고를 선택해요? [사측이] 해고를 한 거지.
앞으로의 계획과 연대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다 잘려서 거리로 나왔기 때문에, 직접고용이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어요. 항상 외치는 구호가 “우리가 옳다, 우리가 옳다, 우리는 이긴다”예요. 이기기 전에는 죽거나 쓰러지거나 경찰서에 잡혀 가서 한 명도 안 남을 때까지 싸울 거니까요.
연대는 커지고 있어요. [7월 3일] 비정규직 총파업 집회에서 톨게이트 문제가 많이 다뤄졌는데, 비정규직 1500명이 해고됐다는 소식에 다들 기가 막혔던 것 같아요.
우리는 직접고용돼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있는 임금 정도만 받으면 돼요. 도로공사가 우리를 10년, 15년 [불법파견으로] 거저 부려먹은 거 아닙니까. 최저임금 주고 남은 돈은 ‘바지 사장’이 착취했고요. 이제 우리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거예요.
일부 언론은 청와대 앞에서 진상 부린다는 둥 더럽다는 둥 비난합니다. 우리는 그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분리수거나 화장실 청소도 다 해요.
언론이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알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연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