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의 소중함
〈노동자 연대〉 구독
나는 작년 5월 거리에서 전쟁반대 서명을 받고 있던 ‘다함께’를 처음 만났다.
내가 서명을 하는 동안 한 회원이 반전 활동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앞으로 있을 활동 일정을 알려주겠다며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나는 흔쾌히 내 연락처를 적어주기는 했지만 ‘과연 연락이 올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부터 계속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 회원은 거의 애정공세 수준으로 끈질기게 나에게 전화를 했고, 이 때문에 나는 종종 〈다함께〉 공개 판매 활동이나 반전 캠페인 등에 참가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다함께’ 회원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거리 캠페인의 터주대감이다.
나는 내 자신의 경험을 통해 꾸준한 연락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주 가판에서 얼굴이 벌개지는 일이 벌어졌다.
가판에 찾아온 한 독자에게 연락처를 남기지 않겠냐고 물어 보자 그 독자는 약간 서운한 듯한 표정으로 “지난 번에도 연락처를 남겼었는데” 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몇 주 전에 연락처를 받아놓고는 두어 번 메일만 보내고, 연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바로 그 독자였음을 알았다. 나는 너무나 무안해 몸둘 바를 몰랐다. 전화 한 통화만 해 봤더라면 이렇게까지 쥐구멍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리 공개 판매는 ‘다함께’의 얼굴이다. 연락처를 받고 조직하는 회원들은 연락처의 소중함을 알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다른 동지들은 나와 같은 ‘당황스런 씨츄에이션’을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창피하지만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