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문제로 드러난:
‘그들만의 리그’와 민주당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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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기어이 앉힐 태세다. 청와대 실세,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의 주도자, 현 청와대가 미는 차기 대선 후보 등으로 불린 조국이 낙마하면 레임덕이 본격화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칭호들이 모두 청와대가 부여한 것임을 볼 때, 이번 인사가 잘못되면 문재인이 오판해 자기 무덤을 판 결과가 될 참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친문 인사들의 관행을 볼 때, 조국 임명이 잘못돼 우파에게 유리해지면, 계급 불평등에 따른 허탈감과 배신감을 토로한 청년 대중과 그것을 부추긴 좌파와 노동운동 탓이라며 엉뚱한 데 분풀이를 할 것이다.
사실 정의당·민중당·민주노총 등의 진보계 지도층은 우파에게 이로울까 봐 오히려 조국 문제에 입을 다물었다.(다행히 정의당의 청년당원모임들인 진보너머, 모멘텀, 서울 학위 등은 조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발표했다.)
올 초 문재인의 노동개악과 개혁 배신에 대한 반감 때문에 노동계급 쪽에서 문재인 지지가 급격히 줄었다. 반면 그에 비례해 한국당 지지율은 올랐다. 여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당은 우파 결집을 노리다가 오버해 품위 없는 언행으로 계속 구설수에 오르고, 문재인보다 더한 개악을 하겠다며 오히려 여야 합의 가능한 노동개악마저 불발케 했다. 반면 문재인은 우파의 추격에 맞서 친기업적인 노동개악과 규제완화 등을 강행하며 지배계급과 중도층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더 세련되게 지배계급을 위한 조처들을 실행할 수 있음을 보이려 한 것이다.
근래 문재인은 한·일 갈등 국면에 포퓰리즘으로 대응하면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저항을 자제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국 노동자들의 불만은 올여름에 계급적 투쟁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못했다. 덕분에 여름에는 문재인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았던 것이다.
이 틈을 타 그는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해 검찰 장악력을 높이고 차기 정권 재창출 과정도 관리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다. 검찰의 독자 행보와 민주당의 실체를 목격한 청년들의 이반이 심상찮다.
집권 후 최대의 정치 위기에 처하자 문재인은 노동계의 협조를 구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의 정개특위 통과를 도왔고,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가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만났다. 궁지에 몰려서야 노동계에 손을 내미는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노동운동은 정부의 정치 위기를 이용해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
변명을 위한 쇼케이스
조국이 자청한 기자간담회 생중계 이후 법무부장관 찬성 여론이 늘었다고 하지만, 간담회에서 의혹이 해명된 것은 없다. 딸 입시, 사모펀드 등 핵심 의혹에서는 “몰랐다”, “불법은 아니다”로 거의 일관했다.
친문 측 오피니언 리더들은 열심히 “기레기” 담론을 퍼 나르기 바쁘지만, 간담회 2시간 전에 기자들에게 공지했고 어떤 공적 권위도 없는 퍼포먼스를 방송사에서 10시간 넘게 생중계해 준 것이야말로 언론사가 정권 실세에게 제공한 특혜이다.
입만 열면 삼권 분립을 외치는 정부가 국무위원 후보자를 위한 기자간담회 사회를 민주당 수석대변인(홍익표 의원)이 보게 한 것도 우습다. 이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톨게이트 비정규직 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등의 요구를 거절하는 방패 명분으로 삼권 분립을 이용해 왔다.
심문식 질문(문답을 반복 진행하며 답변에서 문제점을 끄집어내거나, 답변에 대한 반박 증거 제시하기)을 금지한 것도 일인극 쇼케이스다웠다.
표창장
그러나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9월 4일, 조국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관련 의혹이 새롭게 터졌다. 여기에는 동양대 교수인 조국 부인 정경심 씨가 당사자로 연루돼 있어서 심각하다. 관련 자료는 이미 9월 3일 검찰이 압수해서 확보했다고 한다.
첫째 의혹은 조국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데 이용한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이 가짜라는 것이다. 총장과 학교 측은 그런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연관된 둘째 의혹은 동양대 교수이기도 한 조국의 부인 정경심이 최근 대학 측에 ‘표창장을 준 것으로 해 달라’며 거짓 진술을 청탁했다는 것이다.
조국의 부인 정경심이 딸이 영어교육 봉사활동을 한 동양대 영어영재교육센터장을 지냈으므로, 표창장 위조와 거짓 진술 청탁 의혹 모두에서 조국의 부인이 핵심 인물이 됐다.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기회(“엄마 찬스”?)가 의전원 입학을 위한 스펙에 쓰였다는 점에서 논문 의혹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분노를 표현할 효과적 방법
민주당 의원들, 유시민, 김어준 등 친문 인사들의 과장된 개탄과 달리 공식정치와 매체에서 진정으로 과소 표현되는 것은 계급 불평등 현실에 대한 무수히 많은 노동자·서민층의 분노와 배신감이다.
이 분노와 항의 행동을 민주당이나 친문 정치인들이 우파나 기레기에 현혹된 부화뇌동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만한 짓이다. 민주당의 진영논리와 달리, 우파 야당 지지율은 다 합쳐도 조국 임명 반대 여론의 절반밖에 안 된다.
친문 진영은 황교안도 법무부장관을 했는데, 조국이 못할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민주당 인사들의 위선과 이중 잣대에 놀라서 “민주당이 한국당과 다른 게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왜 한국당처럼 하면 안 되냐”고 되묻는 격이다.
나경원 딸의 입시 의혹, 김성태 딸의 취업 의혹 모두 계급적 특권의 발현이다. 가령 이번에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로 추천된 이정옥 후보자의 딸은 고3 때 에세이집을 출간했는데, 당시 인도 대통령이 추천사를 써 줬다. 이정옥 후보자는 당시 인도 대통령의 저서를 번역한 인연으로 자기가 그 일을 도왔다고 인정했다. 대입 스펙에 외국 대통령 추천사라니! 환상의 ‘넘사벽’ 스펙 아닌가.
문재인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사회체제 하에서는 기회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과정도 결과도 정의로울 수가 없다. 결과가 정의로우려면, 단지 경쟁에 참여할 형식적 기회 평등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자아 실현)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권 교체나 교육제도 개선을 넘어 더 심원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하고 고뇌하는 급진적 청년들이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문재인이냐, 한국당이냐’ 하는 프레임에 갇힌 정치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식 검찰 개혁에 진보적 성격이 있는가?
최근 검찰이 대검찰청 공안수사부를 없앤다더니 이름만 바꾸고 노동수사 파트는 남겨 놓은 것만 봐도 억압과 착취를 완화하기 위한 개혁과는 관계가 없다.
국가정보원이 국내 사찰 업무를 폐지했다고 했지만, 진보·좌파에 대한 사찰과 공작 기능이 유지되고 있었다.
현 정부가 검찰 개혁으로 내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실제로 이뤄져 경찰에 수사권이 주어지면, 진보·좌파 사찰과 공작은 경찰청 보안수사대(사실상 국정원의 지시를 받는 경찰의 공안 수사기관)에 의해 더 광범하게 벌어질 수 있다. 조국은 법무부장관 정책 공약으로 폭력 시위 엄단을 말한 바 있다.
최근 국정원에 대한 폭로에 대해 국정원은 “담당 부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국정원 대공수사부서이며 2017년 폐지된 국내 정보 수집 부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공수처 신설도 결국에는 그저 기성 주류 정치인들끼리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몇 문장을 조금 고쳤다.(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