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세계사적인 대전환”이 될 수 있을까?
〈노동자 연대〉 구독
9월 24일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머지않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문재인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세계사적인 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곧 열릴 것이라고 예고된 가운데, 한·미 정상들이 다시 남·북·미 대화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키우려 한다. 국정원장 서훈은 11월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산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판문점 회동 이후, 한동안 멈춰 있던 북·미 공식 대화가 재개될 조짐이다. 실무협상에 이어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만날 수 있다.
국내 진보·좌파 일각에서도 북·미 대화가 향후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 중요하리라고 기대한다. 대북 강경파 인사인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서 경질된 것이 그런 기대를 갖게 된 근거 중 하나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으로 “세계사적인 대전환”이 가능한지는 따져 봐야 한다.
가다 서다
6월 판문점 회동 직후 문재인은 이 회동이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라고 했다.
그러나 회동이 끝나자마자 북한과 미국(과 남한)의 관계는 삐거덕거렸다. 북한이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한·미 양국은 연합군사훈련을 강행했다. 반면에 북한이 가장 바라는 제재 해제(완화)에 대해서 미국은 요지부동이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F-35 전투기 도입을 비롯한 한국의 군비 증강을 큰 위협으로 여긴 듯하다. 북한은 F-35기 도입이 2018년 판문점 선언을 위반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를 잇달아 발사했다.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다.”(9월 16일 북한 외무성 담화)
결국 북·미 간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한국의) 상응 조치의 균형·순서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협상 성공을 위해 이 문제에서 자국의 기존 접근법을 바꿀 수 있음을 내비쳤다. 9월 18일 트럼프는 “새로운 방식”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모호하다. 또한 9월 23일 트럼프 정부는 북한 해킹그룹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지금까지 제재가 완화된 것은 없고, 계속 강화돼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볼턴의 후임 인사인 로버트 오브라이언도 만만치 않은 자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그를 가리켜 “전통적인 공화당 매파”라고 했다.
실무협상과 정상회담에서 우여곡절 끝에 북·미 양국이 다시 한번 일정한 합의에 도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장기적 평화 안착을 보장해 주기는 힘들 것이다. 제국주의 경쟁이 낳는 불안정성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을 양 축으로 한 제국주의 경쟁이 점증하는 가운데, 북·미 대화는 가다 서다를 거듭할 공산이 크다.
비무장지대
일각에서는 미·일과 중국의 경쟁으로 불안해진 아시아 정세를 우려하며 그럴수록 남·북한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 민족대단결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를 “견인”하고자 한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 “업그레이드”를 강조한다. 진보·좌파가 원하는 쪽으로 견인될 의사가 없는 것이다.
9월 25일 문재인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한의 상호 안전 보장을 강조하며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는 분명 정치적 상징성이 있을 것이다.(물론 이런 제안은 수십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는 오늘날, 이 조처는 명백히 한계가 있다.
진보·좌파는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고 경항모 도입을 비롯한 군비 증강 노선을 고수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제국주의·군사주의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