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루렌도 가족 항소심 선고 :
9달째 공항 노숙 생활, 입국 허용하고 인간다운 삶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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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서 난민 루렌도 가족이 제기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항소심의 선고가 내려진다.
지난해 12월 앙골라에서 온 루렌도 가족은 270일 넘게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다. 이들의 안타까운 처지는 한국에 온 난민의 삶을 보여 주는 한 상징이 됐다. 항소심이 시작되고서 여러 이주·난민 단체들과 민주노총, 녹색당, 민중당 인권위원회와 같은 노동·진보 정당들, 4대 종단의 여러 종교 단체들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루렌도 가족의 자유를 촉구했다.
루렌도 씨는 앙골라 국적자이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콩고 출신이다. 지난해 앙골라 정부는 콩고 이주민 40만 명을 강제 추방하는 등 대대적 탄압을 벌였는데, 택시 운전을 하던 루렌도 씨도 경찰차와 충돌했다는 이유로 경찰서로 끌려가 구금과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 사이 아내 바체테 씨는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들은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루렌도 가족에게 난민인정심사조차 받을 자격이 없다고 통보했다. 한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를 2시간 만에 처분해 버린 것이다.
루렌도 씨는 앙골라로 되돌아 가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두려워한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난해 앙골라 안보군이 비(非)사법적인 살해를 저질렀고, 경찰의 임의 구금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 조국은 청문회에서 ‘처형 위험이 있는 경우 추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말대로라면 당장 루렌도 가족을 입국시켜야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사실상 루렌도 가족이 앙골라에서 차별과 박해를 받지 않았다며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의 판단을 정당화했다. 외국인청이 법원 명령까지 불응하며 루렌도 가족의 심사 보고서를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심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1심 결과 반박하는 증거 제출
2심에서 루렌도 가족 측은 이를 반박하는 여러 증거를 제시했다. 앙골라 대사관 측은 ‘루렌도 씨가 한국에 가고 싶어 했다’는 현지 집주인의 말을 인용하지만, 루렌도 씨와 변호인이 접촉해 보니 현지 집주인은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또한 루렌도 씨가 경찰서에서 탈출해 피신했을 때 그를 돌봐 준 목사의 증언도 제출했다. 루렌도 가족 변호인들의 요청으로 유엔난민기구가 작성한 앙골라에서의 콩고 이주민 차별 실태 보고서도 제출했다. 한편, 변호인들은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심사 회부/불회부 심사 자체가 문제 있다는 취지로 위헌제청을 한 상태이다.
지난해 출입국항에서는 심사 대상자의 46퍼센트 정도만이 난민인정심사에 회부됐다. 그나마도 크게 높아진 수치다. 난민인정심사 신청 기회조차 얻지 못한 난민들은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거나 사실상의 구금 시설인 보호실에 갇혀 비인간적 처우를 견뎌야 한다. 루렌도 가족은 이 두 가지 모두를 가까스로 거부했지만 환승 구역에 방치된 채 매일을 버티고 있다.
오랜 노숙 생활과 불안정한 처지, 불균형한 영양 섭취 때문에 루렌도 가족의 건강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루렌도 가족을 진료해 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의사들은 두 부부가 고혈압과 녹내장으로 위험한 상태이고 자녀들의 정서적 문제도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결국 이렇게 공항에서 서서히 죽게 되는 것이냐”고 묻는다고 한다. 앙골라로 돌아가 부모님이 죽을까 봐 두렵다고도 했다. 한창 뛰어 놀며 교육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아이들은 숨죽여 지내고 있다. 인의협 활동가들은 “루렌도 가족에게 정작 필요한 처방은 조용한 보금자리와 햇빛, 그리고 우리나라의 평범한 바깥공기”라고 지적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9월 18, 19일에 열린 심의에서 “[루렌도] 가족 중 아동 4명은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할 뿐 아니라 학교도 가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실정”이라며 “포용 정책에 포용이 없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데도 루렌도 가족이 난민이 아니란 말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 가족이 스스로 떠나기만을 기다리면서 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청은 지난 공판에서 자신들을 “국경수비대”라 칭하며 인종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난민 배척 조처들을 정당화했다.
2심 재판부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6명의 가족이 원하는 대로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판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