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소개:
전쟁에 반대하는 한 일본인 무기징역수 부부의 삶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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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간된 《남편 없는 결혼식》은 호시노 후미아키 선생과 그의 아내 호시노 아키코 여사의 시집이다. 호시노 후미아키 선생은 전쟁과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반대해 싸운 것 때문에 살인죄라는 누명을 쓰고 44년간 무기징역수로 살았다. 그는 일본 학생운동 1세대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대학 시절에도 오키나와를 베트남 전쟁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것 등에 맞서 싸웠다.
아키코 여사는 33년 동안 도쿠시마 형무소를 오가며 호시노 선생이 그려준 그림에 시를 써 왔다. 이 책은 아키코 여사가 쓴 시를 묶은 것이다. 아키코 여사는 1980년에 호시노 선생이 재판 중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한 말에 감동받아 호시노 선생이 옥중에 있는데도 결혼을 결심했다.
오키나와의 비극
미국은 1950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건설했고, 이곳을 동아시아 최대 미군기지로 만들었다.
미국은 1972년까지 오키나와를 직접 통치했는데, 일본 정부에 오키나와를 반납한 뒤에도 미군기지는 그대로 남았다. 오키나와인들은 미군에게 삶의 터전을 폭력적으로 빼앗겼고, 지금까지도 온갖 범죄의 희생자가 돼 왔다. 일본 지배자들은 오키나와를 비극의 땅으로 만든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해 왔다.
호시노 선생은 1971년 미군기지를 놔둔 채 오키나와를 반환하려고 한 미국의 계획을 일본 정부가 수용하려 하자 이에 저항하다 1975년에 체포됐다.
호시노 선생은 감옥에서도 그림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아키코 여사가 쓴 시에는 오키나와인들의 설움과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들이 깊이 스며 있다. 그리고 단지 오키나와인들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 민중들을 위해 전쟁을 저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키코 여사는 아베 정권이 헌법을 개악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 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경을 넘은 민중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4월 일본 내에서는 호시노 선생 석방 운동이 벌어졌지만, 아베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안타깝게도 호시노 선생은 지난 5월 옥중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국제 석방 운동을 지원하려는 뜻에서 이 책이 만들어지는 중이었지만 출간 전 사망하고 만 것이다.
이 책을 옮긴 ‘마르크스와 어소시에이션 연구소’ 이득재 대표는 “두 사람의 사랑하는 영혼들의 울림이 분노와 변혁의 울림으로 이어져 호시노 후미아키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이중구속 되어 있는 노동자 민중의 해방을 염원한다”고 썼다.
책은 인터넷 서점(알라딘)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