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정감사장 앞 시설관리 노동자 파업 집회:
“정규직화해 놓고 차별하는 게 ‘가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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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하루 파업하고 집회를 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본교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됐다. 하지만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 최분조 분회장의 말처럼 “[노동자들의 처우는] 용역 소속 때보다 더 나아진 게 없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이 받는 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을 동등하게 적용받지 못한다. 정년이
축소된 노동자들도 있다. 올해 초 파업으로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갔지만 아직도 시중노임단가보다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이 있다. 직고용에 걸맞게 처우도 “진짜 정규직화”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이날 파업은 서울대에서 열린 국정감사를 겨냥했다.
서울대 국정감사는 조국 딸과 나경원 아들 공방이 주됐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싸움이었다.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모여서,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대를 방문한 국회의원들 앞에서 팻말 시위를 벌였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서울대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국정감사에 맞춰 파업에 벌였고, 국정감사장 안까지 꽹과리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지난 8월 사망한 서울대 청소 노동자를 거론하며 “서울대 노동자 복리후생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서울대 오세정 총장을 질타했다.
국정감사에서 조국 쟁점이 압도적이었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시끌벅적하게 하자, 언론도 파업 소식을 안 다룰 수 없었다.
노동자들이 기성 양당의 갈등과 분열 속에서 우리는 대변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낸 것은 정당했다.
최분조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2000년 봄에 파업을 했는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다. … 그런데 최저임금 산입법 때문에 현실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
파업에 참여한 청소·경비·기계·전기 노동자 약 300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큰 구호와 함성으로 분노를 표했다.
노동자들은 ‘20년 만에 하는 파업이라 우리가 다 모일 수 있을까?’, ‘학생들이 우리에게 연대해 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번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고, 학생들의 연대도 인상적이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양진영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당국이 진짜 정규직화를 책임져야 합니다. …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없는 학교를 상상해 봤습니까? 왜 항상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합니까?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게 문제입니까?
“시설관리 노동자 여러분, 저희의 편한 일상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에서 활동하는 이시헌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8000평이 넘는 서울대에서, 1평 남짓한 열악한 휴게실 안에서 쉬던 청소 노동자가 8월에 숨졌습니다. 결코 자리와 돈이 없어서 1평을 내어 준 게 아닙니다. 진짜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추석 떡값, 경조사비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겠다는 게 ‘가족’입니까?”
서울대 당국이 종종 학생·교수·직원을 아울러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이라 말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여러 직종의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서로 챙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서울대는 올해 초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파업부터 최근 생협 노동자 파업까지 노동자들의 투쟁로 ‘들썩들썩’ 했다. 이 투쟁들을 통해 결속돼 온 유대감이 느껴졌다.
여전히 1500명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 수십 명도 김천에서 올라와 연대를 표했다.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 “진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우리는 정당하다”며 서로를 고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