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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식당·카페 노동자:
학생들의 연대 속에 파업으로 임금 인상 성과를 거두다

파업과 학생들의 연대로 성과를 거둔 생협 노동자들 ⓒ이시헌

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선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민주노총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이 9월 30일 생협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

얼마 전 같은 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휴게실 개선 양보를 얻어 낸 데 이어, 생협 노동자들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서울대학교 내 직영 식당, 카페 등에서 일하는 생협 노동자들은 기본급 3퍼센트 인상과 명절휴가비 지급(월 기본급의 60퍼센트), 호봉 인상률 상향 조정을 요구하며 9월 19일 파업에 돌입했다.

생협 노동자들의 임금은 1호봉 기본급(171만 5000원)이 법정 최저임금보다도 적고 10년을 일해도 200만 원을 간신히 넘길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서울대학교 법인 정규직들에게 지급하는 명절휴가비는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고, 노동강도와 휴게실 등 노동환경은 참담한 수준이다.

9월 30일 생협 경영진과 노동조합은 기본급을 3퍼센트 인상하고, 노동조합 측 호봉 인상 요구안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명절휴가비를 신설해 월 기본급의 30퍼센트 금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호봉 인상을 감안하면 노동자들은 평균 5.7퍼센트의 기본급 인상을 쟁취한 것이다.

또한 카페, 식당 등 전 매장에서 휴게시간 1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브레이크 타임(영업을 멈추고 정비하는 시간)을 도입하고, 휴게시설·샤워시설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10월 1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는 전체 119명 중 113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03표, 반대 10표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학교 당국과 생협 경영진은 서로에게 책임만 떠넘기며 생협 노동자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했다 ⓒ이시헌

서울대 당국은 파업 내내 ‘생협과 서울대는 별도 법인’이라며 발뺌했다. 생협 경영진은 ‘임금을 올려 줄 돈이 없다’는 말만 계속했다.

서울대 당국과 생협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문제가 이번에도 드러난 것이다(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직영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파업이 효과를 내고 학생들도 지지를 보내자 서울대 당국이 나서서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학교 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생협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 충분히 이해하고 좀더 신경 쓰겠다”고 말해야 했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번 파업이 생애 첫 파업이었다. 12일간 이어진 전면 파업에 육아휴직이나 병가 중인 사람을 제외한 전 조합원이 똘똘 뭉쳐 참가했다. 식당 6곳, 카페 5곳이 중단됐다. 가장 붐비는 학기 중 수천 명이 사용하는 식당·카페가 멈추자 노동자들이 그간 얼마나 큰 편리를 제공했는지 금방 드러났다.

처음에 노동자들은 ‘파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많은 학생들이 파업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누구나 매일 한 번씩은 꼭 마주쳤을 식당·카페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지지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총학생회, 사회대 학생회, 생협 전현직 학생이사 등의 연대 활동 덕에 효과적으로 표현됐고 조직됐다.

노동자들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지지해 줘서 감사하다”며 지지해 준 학생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응원 메세지 ⓒ이시헌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의 파업 지지 메시지를 노동자들에게 전하는 필자(오른쪽)

생협 사측은 파업으로 식당과 카페 운영이 중단되자, 영양사들과 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노동자들은 이런 파업 파괴 행위를 저지하려고 대체인력이 투입된 식당 1곳과 카페 2곳을 돌아다니며 항의 행동을 벌였다. 그 결과 실제로 카페 2곳이 추가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 파업 파괴 행위 저지 활동은 세계 노동운동의 전통이기도 하다.

파업이 계속되고 연대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서울대 국정감사까지 코앞으로 다가오자 서울대 당국은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조국 문제가 핵심으로 다뤄질 것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학 당국을 한층 더 난처한 처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생협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당초 요구안에 근접한 기본급 인상을 성취하고 명절휴가비 신설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 얻어 낸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은 앞으로 싸워 나갈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생협 노동자들이 같은 시기에 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서울대 청소·경비, 기계·전기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한 것도 서울대 당국에게는 큰 압박이 됐을 것이다.

이번 투쟁 속에서 조직도 확대됐다. 파업 중에 생협 무기계약직 노동자 12명이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에 동참했다.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서울대노조 조합원들 중 일부도 파업에 함께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파업의 성과가 이어져 생협 노동자들의 투쟁이 앞으로 더욱 전진하길 바란다. 이런 고무적 결과가 여전히 싸우고 있는 청소·경비,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

9월 23일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 파업 선포 기자회견 ⓒ이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