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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이라크 해결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6월 26일 김선일씨 1주기 집회에서 사회진보연대측 연사 이소형 씨는 미군 점령이 문제의 핵심임을 분명히 지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라크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고, 미군의 폭력에 저항세력이 다시 폭력으로 맞서는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여성이 갈수록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확실히, 점령은 종식돼야 하며, 일부 저항세력이 미군과 부역자뿐 아니라 민간인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 날 이소형 씨의 발언은 정치적 균형을 잃은 것이었다.

먼저, 이소형 씨의 연설 내용을 들어 보면 이슬람주의(‘이슬람 근본주의’보다는 ‘정치적 이슬람’이나 ‘이슬람주의’ 등이 더 적당한 용어다. 1920년대 등장한 미국의 초보수적 개신교 조류를 설명하는 단어가 중동에 대한 제국주의 억압 속에서 등장한 운동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알-카에다, 알-자르카위 등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를 저지르는 이슬람주의 단체가 등장한 것은 이슬람주의 역사에서 상당히 최근의 일로, 무슬림형제단, 중앙아시아의 히즈브 웃 타히르 등 대다수 이슬람주의 단체들은 테러를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이라크에서 일부 이슬람주의자들이 특정 복장을 한 여성을 “미 제국주의 문화에 물들었다”면서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소형 씨가 인용한 이슬람주의 단체들은 해외파와 이라크 국내파를 망라해도 전체 저항세력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앤서니 코즈먼은 저항세력 중 이슬람주의자들의 수는 1천5백여 명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체 규모를 대략 2만 명으로 잡아도 이슬람주의자들의 수는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또, ‘이라크 NGO 협력위원회’가 2003년 9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각종 전투 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확인된 4천2백61건의 저항세력 활동 중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것은 1백80여 건으로 3.5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민간인을 무차별 살해하는 일부 이슬람주의자의 위협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과장된 것이다.

소수의 무장 이슬람주의 단체들이 시아파나 기독교도 등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이고, 일부는 내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는 팔루자 공격에 시아파 병사를 동원하고, 선거 과정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지도자간 갈등을 부추긴 미국이나, 키르쿠크에서 20만 명에 달하는 아랍인과 아시리아 기독교인, 투르크멘 사람 등을 내쫓고 ‘쿠르디스탄’을 건설하려는 쿠르드민주당과 쿠르드애국동맹 등 친미 쿠르드 정당이 더 실질적인 위협이다.

둘째, 이라크 대중의 무장 투쟁을 ‘폭력의 악순환’이라고 부르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이소형 씨는 이라크 여성들의 죽음을 강조했지만, 이는 미군과 저항세력 간의 상호 폭력 과정에서가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미군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이라크 NGO 협력위원회’ 보고서는 저항세력의 공격에 연관돼 죽은 이라크 민간인의 수를 1천8백 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의학잡지 《랜싯》에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주로 미군의 폭격 때문에 이라크 민간인 10만 명 이상이 죽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아동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억압자들이 억압자에 맞서 무장하고 싸우는 것은 남녀 불문하고 당연한 권리이지 ‘악순환’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지금까지 민족해방 운동의 역사를 볼 때 무장 투쟁에서 여성이 일방적인 피해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과 알제리의 민족해방운동에서 여성들은 중요한 구실을 했다.

물론 결국 이들 사회에서 여성해방은 일어나지 않았고, 많은 억압적 관행이 남았다. 이것은 특정 사상이나 종교 때문이 아니라 이 운동들이 결국에는 민족주의 운동의 한 조류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표는 점령군을 몰아내는 것이었지, 억압과 착취를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승리해도 이라크 사회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가 자행하는 끔찍한 학살과 억압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이것은 좌파 정당이나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정치 조직들이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가 패배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운동이 분출할 수 있는 자신감과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 때문에라도 좌파는 저항세력을 지지해야 한다.

물론 ‘저항세력 지지’를 전체 반전 운동의 구호로 삼자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항세력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점령에 반대한다. 반전 운동의 최대한의 단결을 위해서 ‘점령 종식’이 여전히 핵심적 슬로건이야 한다.

그러나 반전 운동 내 반제국주의적 좌파는 저항세력에 대한 명료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선일 씨가 살해됐을 때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이슬람 근본주의’, ‘저항세력의 무분별한 폭력’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우리 운동을 혼란시키려 했다.

지배자들은 반전·반파병 운동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운동도 공격하기 위해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공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이슬람 근본주의’라며 방글라데시 무슬림 이주노동자 단체를 공격했다.

이런 점에서 이소형 씨의 연설은 우리 운동이 저들의 공격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아쉬운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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