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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지 않은 6자회담 전망

최근 북미 관계의 초점은 1년 남짓 중단된 6자회담이 다시 열릴까 하는 점에 맞춰져 있다. 김정일이 6월 중순 정동영과 한 면담에서 “7월 중에 6자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과 최근 남북 관계의 ‘해빙 무드’가 ‘핵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남북관계 개선이 핵위기 해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발표했고, 〈한겨레〉는 은근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이처럼 평화주의는 대체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만사형통일 것처럼 접근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론을 암시하고 있다. 6자회담을 여는 것조차 이토록 어려운 마당에, 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핵위기가 쉽게 해결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6자회담은 평화로운 대화의 장이 아니다. 애초에 6자회담은 2003년 4월 미군의 바그다드 함락 후 북한 압박용으로 계획했다. 6자회담에서 북한은 핵 폐기를 요구하는 5개 국가에 맞서 혼자 외롭게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북한은 6자회담 내에서도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요구해 왔다.

물론 6자회담은 미국의 뜻대로 되지도 않았다. 실제로, 1차 6자회담은 2003년 8월에 열리게 됐는데, 이 때는 이미 이라크에서 미국이 저항에 직면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은 북한의 양보안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도, 그렇다고 전면적으로 압박해 한반도에서 위기를 증폭시키기도 부담스러운 처지였다.

결국 1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핵 해체”를 포함한 4단계 해법을 제시한 데 비해,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해체하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함으로써 아무런 합의 사항 없이 끝나게 됐다.

그런데도 미국은 1차 6자회담에 큰 성과가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는 미국이 6자회담 성사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줬다. 이는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후 미국의 처지가 군색해지고 있다는 징후였다. 미국 지배계급은 북한에 대한 대처 방안을 두고도 사분오열해 있었다. 그 후 미국은 북한에 간헐적으로 이데올로기적 압력을 가하면서 시간 벌기 용도로 6자회담을 활용해 왔다.

6자회담이 북한에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는 판단이 들자, 북한은 작년 6월 6자회담 탈퇴 선언을 했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발목이 잡혀 있느라 북한을 전면적으로 압박할 수 없게 된 미국의 처지를 간파하고는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2월에 핵개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미국은 “폭정의 전초기지” 운운하며 북한을 강경하게 비난하고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곤 했지만, 미국의 으름장은 이빨 빠진 호랑이의 포효였을 뿐이다.

이번에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근본적 추세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6자회담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북한에 전면 양보하지 않으면서, ‘선 북핵 폐기’를 원칙적으로 요구하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할 것이다.

다만, 최근에 남한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6자회담에서 “노무현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지고 있다”(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응원 섞인 기대가 엿보인다.

중국 정부도 이미 6자회담 개최 준비에 돌입했다. 후진타오 방북의 결과로 6자회담이 성사된 것인 양 포장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분위기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지도력의 위기를 겪고 있는 틈을 타, 중국이나 남한 등이 더 큰 구실을 함으로써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전 회담에서도 중국이 회담 성사를 위해 큰 구실을 했지만, 미국이 전혀 양보 의사를 밝히지 않자 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거의 없게 됐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동북아에서 맹주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국가의 독자적 행보를 무제한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최근에 다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비난을 반복해 6자회담 성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미국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설령 6자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미국은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른 국가들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은 다시 어느 편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위기를 지연시키는 구실만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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