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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세월호를 통해 국가에 물음을 던지다
국가의 구조 방기 폭로한 《외면하고 회피했다》를 읽고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무능·무책임에 의한 ‘구조 참사’였다. 며칠 전, 세월호 희생자 한 명이 현장에서 헬기를 꿰찬 해경 간부들 때문에 응급 처치를 못 받고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한 대학생 독자가 국가의 구조 방기 책임을 낱낱이 다룬 책 《외면하고 회피했다 ― 세월호 책임 주체들》(세월호특조위 조사관 모임, 북콤마, 2017)을 읽고 감상평을 보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은 지휘부의 이동을 위해 헬기를 사용하느라 아직 사망하지 않은 상태의 단원고 학생을 응급 이송하지 않았다. 위급한 환자를 이송하는 것보다 무능한 관료를 이동시키는 게 더 우선시됐던 것이다.

《외면하고 회피했다》는 세월호 사건의 책임 주체들을 국가로 상정하고 그 사건 당일에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폭로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단어는 외면회피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문구는 “~했어야 했다”이다. ‘상식적인’ 국가의 기능과 목적을 생각한다면 당연하게 이뤄져야 했을 구조 지휘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행정부는 해수부에, 해수부는 해경에게, 해경 간부들은 말단 직원에게... 마치 폭탄 돌리듯이 서로에게 구조 지휘 책임을 뱅뱅 돌렸다. 대표적인 관료주의적 병폐다.

배 안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구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보다 겉에서 어떻게 보일지, 어떻게 책임을 면피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던 것이다.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내게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대형 참사가 아니었다. 그때껏 국가에 대해 갖고 있던 상식이 완전히 무너진 사건이었다. 나는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고민했다.

대형 참사를 대하는 국가의 무능·무책임은 상식 선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게 우리가 배워 온 국가의 역할이다. ‘상식’에 따르면 국가는 대형 참사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그것의 재발을 막고자 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으로 그럴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고 유가족을 감시하고 탄압했다. 꼬리 자르기 식으로 해경을 해체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박근혜 퇴진 촛불 계승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도 ‘상식적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진상 규명이나 적폐 청산을 하지 않았다. 조국이 민정수석이었을 때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한 국민청원을 거절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가증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마르크스주의로 보는 자본주의 국가

나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찾아 나갔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국가관을 접했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그 국가가 어떤 체제 위에 존재하는지 봐야 한다. 자본주의는 소수인 자본가들이 다수인 노동계급을 착취하는 체제다. 동시에 자본가들은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벌인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돈으로 운영되고, 인맥으로도 연결돼 있다.

이런 체제에서는 국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보다 기업주들의 이윤을 먼저 지키고자 나선다. 자본주의 국가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투자보다 기업주를 지원하거나 군비를 늘리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

《외면하고 회피했다》는 세월호 참사 때 국가의 무능과 책임 회피 ‘본능’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관성처럼, 그리고 수많은 대형 참사를 겪는 과정에서 줄곧 유지되어온 방식”이었다고 옳게 지적한다.

참사 당시 국가가 희생자들을 구조하는 데에 얼마나 무능하고 무관심했는지를 생생하게 폭로하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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