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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결과 - 실망과 분노의 산물

1차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보수파 후보 아흐마디네자드가 6월 25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날 선거는 이란 선거 사상 최저의 투표율 49퍼센트를 기록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36퍼센트의 지지를 얻은 라프산자니를 제치고 63퍼센트의 지지를 받아 당선했다.

전직 대통령이자 이란 최고 재벌가문 출신 후보 라프산자니는 결선투표 직전 재산축적 과정에 대한 의혹과 부패 문제에 시달렸다.

대조적으로 아흐마디네자드는 ‘빈곤’과 ‘실업’ 문제를 주로 말하고, 자신을 ‘가난한 자들의 옹호자’라고 부르며 환경미화원 이미지를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그에게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개혁파 운동은 선거를 보이콧하자는 주장과 보수파에 맞서 ‘중도’인 라프산자니를 비판적으로 지지하자는 주장으로 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아흐마디네자드가 1999년과 2003년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대를 쇠사슬 등으로 무장하고 공격한 바시지 민병대에 속할 뿐 아니라 성직자와 군부의 총력 지원을 등에 업고 선거를 치렀다는 것은 이란 국민들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가 당선하면 1979년 이후 첫번째 비성직자 출신, 비특권층 출신 대통령이 된다는 점도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줬다.

이런 사실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현재 이란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의 산유국임을 자랑하지만, 현재 정부 통계로만도 7백만 명이 넘는 이란 노동자들이 월 49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원유 판매 대금을 대부분 성직자와 특권층이 자의적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처럼 투표한 유권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빈부격차에 분노를 느끼며 선거에 참여했다.

당선 후 아흐마디네자드가 석유산업 구조 개혁을 통해 ‘부의 재분배’를 시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압력의 결과였다. 그는 또 금융산업의 투명성을 높여 일부 지배층의 부정축재를 막겠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적대정책을 유지하는 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이란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그러자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이번 대선은 ‘가짜 선거’”라고 날을 세웠다.

그뿐 아니다. 그가 당선한 직후, 1979년 테헤란 미대사관에 인질로 잡혔던 미국인들이 아흐마디네자드를 인질범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1979년 11월, 이란 대학생들은 미 대사관을 기습 점거하고 미국으로 망명한 전 국왕 팔레비의 송환을 요구하며 미국인 52명을 4백44일 동안 억류했다.

지난 6월 30일 부시는 “그가 미 대사관 점거에 핵심 구실을 했는지 답변을 원한다”고 말했다. 미 하원 중동·중앙아시아문제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란 민주화 지원법’을 발의했던 로스 레티넌은 “아흐마디네자드와 이란 정권은 비열한 행동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그러나 당시 대사관 점거를 주도했던 모흐센 미르다마디는 “새 대통령은 거기에 없었다”고 하고 심지어 개혁파들도 그의 인질극 연루는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인질이 됐던 미국 예비역 공군 대령도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부시가 아흐마디네자드에게 테러범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으니 그가 인질범이란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은 분명하다.

아흐마디네자드는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시는 “이란의 핵 개발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란의 핵 개발은 이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가 이란 핵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고 있고,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 한다. 또 중국이 에너지 확보와 미국 견제를 목적으로 이란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인도 역시 이란에서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목적으로 얽혀 있다.

아흐마디네자드의 당선은 개혁파 운동의 분열과 실정으로 개혁파 후보가 지지받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분노가 만들어 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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